6남매 키우시고… 지금도 꿈에 나타나 자식들 지켜주시는 어머니[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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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1-23 09:09
업데이트 2022-12-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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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이정자(1930∼2012)

어머니를 떠나 보내드린 지 어느새 10년이 됐다. 어머니는 일제강점기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해방 후 귀국해 고향 의령으로 돌아오셨다. 1948년에 이웃 마을 진주 지수에 사시던 아버지와 중매결혼을 했다.

지수면사무소, 조흥은행, 제일제당을 거쳐 마지막에는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하셨던 아버지. 그 뒤치다꺼리를 하고 가장 역할을 대신하며 6남매를 키워내신 것은 어머니였다. 아버지의 은행원 시절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삼촌들 그리고 이모·외삼촌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았다. 빠듯한 월급으로 대가족의 밥을 해대고 학교에도 보내며 살림을 꾸려나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에서 소학교를 마친 어머니는 귀국해서 독학으로 틈틈이 한글을 익혔다. 대단한 학구열이었다. 하지만 받침이나 띄어쓰기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어머니가 쓰신 편지를 보고 우리 형제자매들은 배꼽을 잡았다. 하지만 얼마 전 서류 더미에서 우연히 어머니의 손편지를 발견했을 때는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

자식들이 모두 품을 떠나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인 셋째 딸을 위해 외손주 2명을 맡아 길렀다. 그리고 매일같이 딸이 교장 선생님이 되기를 일념으로 기도를 올렸다.

10년 전 당신이 돌아가신 장례식장으로 여동생의 교감 발령소식이 날아들었다. 우리는 순간 장례식장이라는 것도 잊고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어머니가 딸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되었다. 어머니의 기도 덕분으로 여동생은 현역 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장남에 대한 대우는 각별했다. 밥을 하면 어머니는 위에 얹은 보리쌀을 걷어내고 쌀밥만 아버지와 내 밥그릇에 담아주셨다. 중학교 1학년 때 장티푸스에 걸려 오한에 시달릴 때도 어머니는 밤을 새워 연탄불에 구운 돌을 타월에 싸서 내 배 위에다 올려놓으셨다.

돌아가시고 나니 살아생전의 불효에 후회만 남는다. 한 가지 어머니께 해드린 효도가 생각난다. 일본 천황의 훈장을 보여드린 일이다. 한일경제협회에서 장기근속을 했다고 일본 정부가 준 공로상이었다. 지금도 활짝 웃으시며 기뻐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어머니께 천황은 신이었다.

어머니는 늘 나를 높게 평가하시며 크게 될 사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누나나 여동생으로부터 여러 차례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오늘도 쉬지 않고 내가 절차탁마하는 것은 당신의 무한한 신뢰와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아마 2∼3년 전부터였을 것이다. 부산의 집을 찾아가면 현관으로 달려 나와 나를 안아주시고 떠날 때도 반드시 포옹하셨다. 그러시면서 “사랑한다, 아들아!!!”라고 꼭 말씀하셨다. 아마 단지 경로당의 교양강좌에서 배운 것을 열심히 실천하신 것 같았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스킨십에 당황했고 쑥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내게 남겨주신 가장 귀중한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도 때때로 꿈에 나타나서는 나를 일깨워주시고 일상의 나를 지켜주신다. 오직 자식들만을 생각하며 평생을 바치신 어머니.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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