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100억 원의 피해 호소, 왜 반복될까?

  • 문화일보
  • 입력 2022-11-26 08:47
  • 업데이트 2022-11-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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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


가수 겸 배우 이승기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가 “데뷔 후 18년 간 몸담았던 회사로부터 한 푼의 음원 정산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죠.

이승기는 지난 14일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후크)에 내용증명을 보내 ‘27장 앨범의 음원료 수익 내역을 제공하여 줄 것’과 ‘앨범들에 인해 발생한 이승기의 수익금을 정산하여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매체는 2009년 10월∼2022년 9월 이승기의 음원 매출이 96억 원 가량 되며, 이 중 계약된 배분 비율에 따라 이승기가 58억 원 정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후크는 25일 “한 매체를 통해 발표된 이승기와 소속사간 계약 내용(수익 분배비율 등) 및 후크가 이승기에게 단 한 번도 음원 정산을 해주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죠. 결국 양측의 엇갈린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법의 힘을 빌리는 것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 대목에서 대중은 합리적 의심을 품게 됩니다. “어떻게 100억 원 가까운 돈을 떼인 것을 모를 수 있지?” 이런 댓글이 적잖은데요. 이승기가 18년 동안 제 몫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상황을 보며 기시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방송인 박수홍이 친형 내외의 횡령 문제를 제기한 것과 몹시 닮아보이는데요. 당초 박수홍이 1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주장했을 때 “설마?”라는 반응을 보이던 이들도, 친형 내외가 61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기소한 검찰의 수사 발표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한 달 치 월급만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도 문제를 삼는 대중 입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이는 연예계의 독특한 생리 때문인데요. 연예인들의 경우 회계 및 정산을 담당하는 소속사나 대리인을 따로 두죠. 연예인들이 직접 계약을 맺거나, 자신의 통장으로 품삯을 받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 일을 대리하는 이들을 믿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몇몇이 작정하고 그들을 속이려 마음 먹으면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는 겁니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경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과 여론의 관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주변이들과 속내를 털어놓고 상담하기 어려워 더욱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니 이런 피해를 빨리 알아채기 어렵죠. 이는 주변이들의 거듭된 주장과 회유 때문에 현실을 직시할 수 없어 ‘연예인들이 가스라이팅을 당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관계’에 주목해야 합니다. 박수홍의 경우, 친형이 30년간 그의 매니저로 일했기에 모든 것을 믿고 맡겼습니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가족을 신뢰한 것 뿐이죠. 이승기는 어떨까요? 이승기의 법률을 대리하는 태평양 측이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에는 “단순히 음원료 정산의 문제를 떠나 오랜 기간 연을 맺어오며 ‘가족’처럼 의지해왔던 후크 및 권모 대표와의 신뢰관계가 지속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미성년자인 10대 때부터 손잡고 18년 동안 함께 일한 회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승기의 주장일 뿐, 옳고 그름을 단정지을 순 없는데요.

다만, 연예계를 넘어 어느 순간에도 ‘가족 같다’는 미명 아래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일은 삼가야 할 것 같습니다. 번거롭고 힘들어도 스스로 확인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언제든 ‘내 맘 같지 않다’며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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