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장군 ‘빠른 기동력’ vs 아마겟돈 장군 ‘무차별 폭격’… 패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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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1-29 08:54
업데이트 2022-11-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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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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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Window
- 우크라 사태 9개월… 예측불가능한 ‘겨울전쟁’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잘루즈니’
전쟁 초반 휴대용 미사일 도입
기동력 살린 전략으로 러 압박
전방 지휘관 존중 리더십 정평

러시아군 총사령관 ‘수로비킨’
강경파에 지지받는 잔혹한 인물
체첸 · 시리아전도 무자비한 전술
명령 불복 땐 병사도 폭력 · 응징


우크라이나 사태가 29일로 279일째를 맞았다. 올가을 초까지 엎치락뒤치락하던 전황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11일 남부 전선 요충지 헤르손을 수복한 이후 급격하게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며 동전(冬戰)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전쟁 장기화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등의 피로감이 쌓이자 ‘겨울 평화협정론’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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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만 9개월을 넘긴 전쟁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 그 누구보다도 전쟁을 승리로 장식하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이 있다. 첨단 무기와 대규모 병력을 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고 책임지는 무거운 임무를 부여받은 자, 바로 양국의 총사령관이다. 우크라이나는 ‘철의 장군(Iron general)’으로 불리는 발레리 잘루즈니, 러시아는 인류 멸망을 뜻하는 ‘아마겟돈 장군(Armageddon general)’ 세르게이 수로비킨을 각각 간판으로 내세웠다. 군을 통솔하는 스타일과 구사하는 전략 등 모든 부분에서 상극인 두 사람의 운명은 전쟁 결과와 함께 갈릴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이다.

◇‘속도와 기동력’ 잘루즈니…우크라이나의 국민 영웅 = 러시아 침공 전인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잘루즈니의 전술은 ‘속도와 기동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휴대용 미사일 도입은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어깨에 휴대용 미사일을 메고 러시아군이 진출하는 길목을 빠르게 선점해 틀어막는 전략으로 전쟁 초반 재미를 톡톡히 봤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나치군이 선보인 ‘전격전’을 표방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순식간에 장악하려 했던 러시아군은 곳곳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무력화됐다.

잘루즈니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러시아군은 단 3일을 버틸 식량만 준비한 채 48시간 안에 우크라이나를 정복하려 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러시아의 무적신화를 산산조각 냈다”고 자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훨씬 규모가 큰 러시아군을 상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은 신속하게 보급선을 차단해야 했다”며 “기동력을 살린 그의 전략으로 무려 2만 명 이상의 러시아군 전열이 흐트러졌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리더십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FT는 “권한을 위임하고 현장 지휘관에게 주도권을 넘겨준다”며 “병사들이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한다”고 전했다. 이는 동부 돈바스에서 2014년부터 계속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의 전쟁에서 깨달은 이치라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최전선에 있는 병사가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명령 없는 발포’를 허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철의 장군’이라는 별명답게 단호해야 할 땐 무섭게 돌변한다. 평소 과묵한 그는 최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겨울 평화협정론’을 제기하자 강경한 반대 의견으로 군 사기를 돋웠다. 잘루즈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강하다. 겨울이 무서워 잠시 쉬어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군을 계속 압박해야 그들이 방어력을 강화할 시간을 뺏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러시아 위협에도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주장하며 군 현대화를 강조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잘루즈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미 시사잡지 타임(TIME)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를 선정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차기 대선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일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를 질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군 지휘부 사이에 오해는 없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무차별 폭격’ 수로비킨…절대복종 요구로 군 장악 = 반면 러시아군 총사령관 수로비킨은 인류 멸망을 의미하는 ‘아마겟돈 장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잔혹한 인물이다. 전선에서 패퇴를 거듭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0월 수로비킨을 새로운 총사령관으로 선임하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세 번째 총사령관이 된 그의 임명을 놓고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강경파 압박에 푸틴 대통령이 대응책으로 내세운 카드”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 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수로비킨은 조국에 충성하고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전설적인 인물”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경파의 지지를 받는다는 의미는 그만큼 수로비킨의 전술이 잔인하다는 뜻. 그는 ‘무차별 폭격’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의 이름이 알려진 건 199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반발한 공산당 강경파 인사 8명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감금하고, 국가비상위원회를 설립해 권력을 장악한 쿠데타가 발생했다. 쿠데타를 인정하지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고, 수로비킨은 시위대 진압 선봉에 섰다. 수로비킨의 발포 지시로 시민 3명이 사망했는데, 그는 현장에 투입된 장교 가운데 유일하게 사격 명령을 내린 인물로 기록됐다.

2000년 체첸 전쟁과 2017년 시리아 내전에서도 무차별 폭격은 계속됐다. 특히 시리아 내전에선 반군 지역에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하지 않고 재래식 폭탄을 퍼부어 ‘시리아의 암살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국제사회에선 그를 전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었다.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100발을 발사하며 총공세에 나선 것도 수로비킨의 작품이었다. 23일엔 자포리자주 산부인과에 폭탄을 떨어뜨려 생후 이틀 된 신생아가 목숨을 잃었다.

지휘 스타일도 강압적이다. 병사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일은 다반사. 과거 수로비킨의 견책에 억울함을 참지 못한 군수장교가 그의 눈앞에서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영국 가디언은 “그는 자기 뜻대로 일이 진행될 때까지 잔인하게 팀원을 몰아붙인다”며 “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철저하게 응징한다. 폭력을 불사한다”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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