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목화 창단…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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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 · 유해진 등 100여명 배출

극단 목화를 창단한 오태석 극작가 겸 연출가가 28일 밤 별세했다. 82세.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67년 희곡 ‘웨딩드레스’로 등단했다. ‘천년의 수인’ ‘태’ ‘백마강 달밤에’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를 비롯해 희곡 70여 편을 썼다. 1976년 초연한 ‘춘풍의 처’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우리 고유의 멋과 흥을 무대 위에 구현해 왔던 고인은 셰익스피어 원작을 재구성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2006년 영국 런던의 바비칸센터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15회 매진을 기록했고 현지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등단 50주년인 지난 2017년, 고인은 당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좋은 연극’이 뭔지 조금 알 것 같은데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흩어진 작품들, 피지 못한 꽃과 씨로 썩어버릴 뻔한 것들을 살려 보려고 한다. 잘 정리해 물려줘야 또 누군가 더 발전시켜 주지 않겠느냐”며 다가올 세대를 향한 기대감과 선배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특히, 고인은 한국인의 성정(性情)이 담긴 무대를 추구해 왔는데, 한국인 특유의 밝고 대담한 에너지가 무대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사라지는 것 같다는 걱정을 자주 내비쳤다. 생전 인터뷰에서 “편 가르고 싸우기만 한다. 요즘은 신문을 안 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984년 고인이 창단한 극단 목화는 ‘명품’ 배우의 산실이었다. 박영규, 한명구, 손병호, 김병옥, 성지루, 박희순, 임원희, 장영남, 유해진 등 거쳐 간 배우가 100명쯤 된다. ‘오태석 사단’으로 불린 이들은 지금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호암상 예술상,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고 여든을 앞두고도 왕성하게 활동하던 고인은 2018년 ‘미투’ 폭로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은둔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2월 1일 오전 9시 30분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