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잉글랜드-웨일스 16강 외나무다리 ‘맞짱’

■ 내일의 하이라이트

B조 마지막 경기 월드컵 첫격돌… 영토·독립 문제 등 악감정
상대전적 잉글랜드가 압도… 케인-베일 ‘에이스’ 맞대결 주목
미국은 정치적 앙숙 이란과 경기… 국기 삭제 문제 갈등 극대화

2022 카타르월드컵이 조별리그 최종전에 돌입하는 가운데 B조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맞대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30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카타르월드컵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번 대결은 ‘한지붕 두 가족 대결’에 비유된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모두 4개 자치정부별로 축구협회를 두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개국 1개 축구협회’를 인정하지만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 대해서는 4개 축구협회를 두도록 허용했다.

앵글로색슨족의 잉글랜드와 켈트족의 웨일스는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다. 영국 땅의 중심인 잉글랜드엔 원래 켈트족이 살았다. 하지만 앵글로색슨족이 잉글랜드를 장악했고, 켈트족을 북부(스코틀랜드)와 남서부(웨일스)로 쫓아냈다. 웨일스와 스코틀랜드는 자신의 땅을 침략했던 잉글랜드에 감정이 좋지 않다. 스코틀랜드, 웨일스가 가끔 독립을 거론하는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그래서 잉글랜드-웨일스의 경기를 앞두고는 늘 긴장감이 고조된다. 잉글랜드는 1승 1무로 승점 4를 확보해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반면 웨일스는 1무 1패로 승점이 단 1에 그쳐 B조 최하위다. 잉글랜드는 웨일스전에서 무승부 이상을 올리면 16강 진출이 확정된다. 반면 웨일스는 잉글랜드를 3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잉글랜드의 우세가 예상된다. 잉글랜드 선수단의 총 몸값은 총 13억 유로(약 1조8171억 원)로, 대회 참가국 중 몸값 1위.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과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 등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하다. FIFA 랭킹은 5위. 19위인 웨일스는 선수단 몸값이 1억5100만 유로(2110억 원)다. FIFA 랭킹 상위 20위에 오른 국가 중 가장 적은 몸값이다. 선수단 이름값과 전력 등에서 잉글랜드가 압도한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68승 21무 14패로 잉글랜드가 웨일스에 크게 앞선다.

잉글랜드의 케인과 웨일스의 개러스 베일(LA FC), 양 팀의 간판 골잡이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2018 러시아월드컵 때 득점왕(6골)에 오른 케인은 이번 대회에서는 두 경기 연속으로 무득점에 그쳤다. 케인의 골 가뭄 탈출이 체크포인트. 베일은 미국과의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같은 시간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맞대결을 갖는 미국과 이란전도 눈길을 끈다. 이란은 1승 1패(승점 3)로 B조 2위, 미국은 2무(승점 2)로 3위다. 두 나라 모두, 이 경기에서 이기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고, 지면 탈락이기 때문에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정치적으로 ‘앙숙’ 관계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이란전을 앞두고 대표팀 공식 SNS에 이란 국기 가운데 위치한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하는 사건이 더해지며 긴장 관계가 더욱 팽팽해졌다. 이란과 미국은 지금까지 두 차례 만나 이란이 1승 1무로 앞서고 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