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과정 배우며 홀로서기 도전… “여긴 쉼터 아닌 꿈터”

  • 문화일보
  • 입력 2022-11-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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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경기 ‘고양시남자단기청소년쉼터(둥지)’에서 쉼터 청소년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커피 핸드 드립 실습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경기 ‘고양시 남자 단기 청소년쉼터’

위기청소년 상담 · 학업공간
퇴소 이후 자립준비 뒷받침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돕고
레시피 개발 · 실습 등 훈련
취업 알선하고 창업도 지원

프리다이빙 강사교육 진행
대회 출전해 금메달 수상도



“쉼터를 퇴소했던 스물셋 아이가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홀로서기를 해보려고, 월세와 생활비 마련을 하려고 급하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결국 누구도 원치 않던 결과가 벌어진 거죠.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쉼터를 퇴소한 청소년들이 갈 곳 없는 우리 사회와 그간 복지사로 살아온 저 자신에게 동시에 화가 났어요. 그때 이후 저와 쉼터 사람들은 청소년들의 자립에 초점을 맞추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시남자단기청소년쉼터(둥지)’ 고미림 복지사는 몇 해 전 쉼터 퇴소 청소년이 겪었던 황망한 사고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둥지는 지난 5월부터 후기청소년(만 19~24세) 및 경계성 장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프리다이빙’ 강사 자격증과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이 센터 퇴소 후에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청소년 쉼터는 가정 폭력 등으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곳으로 일정 기간 의식주, 상담, 학업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여성가족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단기 청소년 쉼터에는 579명, 중장기 쉼터엔 252명이 머물고 있다. 쉼터 청소년들은 퇴소 시 보육원 퇴소 자립준비청년과 마찬가지로 가정의 도움 없이 홀로 서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들보다 지원 정책에서 더 소외돼 있는 현실이다.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자립준비청년)가 아닌 여성가족부(위기청소년)라는 이유다.

고 복지사의 말대로 퇴소 청소년의 소외감과 생활고가 심각한 상황에서, 둥지는 프리다이빙 프로그램과 카페 창업대비 교육 및 실습을 통해 쉼터 청소년들의 자립을 이끌어내고 있다.

둥지는 청소년들에게 우선 프리다이빙 강사과정과 바리스타 창업 과정에 대한 이론 교육을 진행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했다. 자격증 취득 후에는 실질적인 수익사업을 통한 자립을 위해 사회적 기업에서 직접 일하도록 했다. 청소년들의 사업계획 및 레시피북 제작도 독려했다. 이는 청소년들이 어떤 프로그램 및 사업을 하더라도 아이템을 통해 다양한 직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립의 발판을 마련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청소년들은 직접 프리다이빙 체험프로그램 및 강사과정 사업계획 및 계획서를 작성했다. 카페 운영 시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등록에 필요한 표준레시피 개발을 위해 자치회의도 진행하고, 표준레시피와 각자의 기호를 반영한 레시피 개발 및 실습을 통한 레시피북을 제작해보기도 했다.

프리다이빙 강사과정 교육에 참여했던 청소년 중에는 ‘가민 버츄얼 프리다이빙 대회 딥위크 2022’에 참가해 수평 잠영을 겨루는 다이내믹 부문에서 100m 1위를 수상하는 쾌거도 얻었다.

자격증 교육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은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쉼터에 거주하고 있는 안모(22) 씨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후 운전 면허증 그리고 컴퓨터 활용 능력까지 땄다”며 “처음에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지만 지원을 해보니, 나도 집중을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게 됐고 시험도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다이빙의 경우 처음에는 수심 3m도 못 갔던 제가 점차 5m, 7m, 그 너머까지 발전을 해나가는 게 보였다”며 “프리다이빙 대회에서 금메달을 공동 수상하며, 그동안에 해왔던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고 이렇게 다 결과로 돌아온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고 복지사는 “권태롭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쉼터, 벗어나고 싶었던 이곳이 기회와 희망으로 채워지고 있고, 매시간 기분 좋은 아쉬움이 남는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광야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쉼터를 오랜 기간 봐주고 도와주신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동행해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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