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시장질서 반하는 ‘가격 담합’… 국가가 개입하면 안돼[Deep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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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2-01 09:54
업데이트 2022-12-2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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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의 Deep Read - 화물연대의 집단행동

화물연대 집단행동, ‘노동자 파업’ 아닌 ‘조직적인 업무중단’… 운임은 임금 아닌 운송 서비스요금
정부, 불법행위 단호히 대응하되 ‘화주 - 차주간 비대칭성 · 후진적 물류생태계’ 개혁 비전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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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집단행동을 놓고 윤석열 정부와 민주노총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기본 방침은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요구가 시장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요금(가격) 담합’이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집단적인 운송 거부 행위에 ‘업무개시명령’으로 단호히 맞서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업계의 최저임금제로 협상 대상이며, “업무개시명령은 노동자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선포”라고 강력히 반발 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화물연대 소속원들은 노동자인가 차주인가. 이들의 행동은 파업인가 집단 업무중단인가. 운임은 임금인가 요금인가. 국가가 가격에 개입하는 건 맞는 일일까.

◇자영업자인가 노동자인가

최근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을 둘러싼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정부의 발표 등을 종합하면 사건의 주체와 본질에 대한 표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의 홈페이지 소개란을 보면 스스로 ‘화물노동자’라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안전운임위원회와 정부의 자료 등에는 ‘차주(車主)’ 혹은 운수종사자·운송종사자로 표현된다. 근로자 혹은 노동자라는 표현은 없다.

현행법에 나타나는 근로자의 정의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근로기준법 제2조 1항) 혹은 ‘임금이나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자’(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1항)이다. 따라서 화물차주를 노동자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임금을 목적으로’를 놓고 판단할 경우 ‘운임’은 운송요금이지 임금이 아니다. 임금과 요금은 다른 개념이다. 안전운임제 또한 서비스요금에 대한 제도이므로 임금 범위나 임금 목적과는 다르다. 화물차주들이 노동자라면 임금이 아닌 운임, 즉 서비스가격이 협상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조의 3에는 ‘위원회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송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을 심의·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나오는 ‘적정이윤’은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에 적용되는 표현이며 따라서 임금과 같은 용어로 볼 수 없다.

현행법 체계는 화물차주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점을 말해준다. 화물연대 또한 업자의 협의체 혹은 이익단체이지 노조가 아니다. 다만 민주노총이 이들의 슈룹, 즉 ‘노조 우산’이 돼줄 뿐이다. ‘특수고용직’ 등으로 분류돼 보험 등 분야에서 일정한 보호를 받지만 엄밀한 의미의 고용 근로자가 아닌 것이다.

◇파업인가 업무중단인가

화물연대의 현재 행동이 ‘파업’인지 ‘업무중단’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파업은 태업 등과 함께 노동쟁의 행위의 하위 구성 요소다. 노동쟁의 행위란 ‘노동관계 당사자가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6항)이다. 화물연대 구성원들을 노동자로 보기 어려운 한 노동쟁의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현재의 화물연대 주장 관철을 위한 행위는 조직적인 업무중단으로 보는 게 맞는다.

화물연대 집단행동에서 노사관계는 좀 애매한 지점이 있다. 행동은 집단으로 하는데 노사관계로 가면 ‘개별 화주 대 개별 차주’의 관계로 나타난다. 그럼 노·정 관계는 어떨까. 통상적으로 정부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 집단행동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주무부처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엔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 개시를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부는 이 조항에 의거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 결정은 노동법에서 규정하는 ‘쟁의에 대한 긴급조정 결정’과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화물차주들이 최소운임을 정해놓고 그걸 보장해주지 않으면 일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노조의 파업권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정확히 얘기하면 사업자들 간의 ‘요금 담합’에 가깝다. 시장의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담합’은 실정법상 허용될 수 없다.

◇국가의 가격 개입

그 연장에서 화물운임 즉 서비스요금, 즉 가격을 정하는 일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화물차주 한 명 한 명이 파편화하고 영세화하면서 개별 화주를 상대하는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가격을 국가에 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국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건 자유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시장 상황이 화물차주들에게 불리하다 해서 국가가 나서 운임을 고정하는 담합에 눈감아버리면 시장의 기능은 마비된다.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최저가격을 국가가 정하는 경우는 없다. 이런 것을 용납하고 눈감아 주면 국가가 모든 가격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정부가 민간 부문의 가격 결정에 개입하면 시장 왜곡을 일으키고 생태계 참여자 모두에 피해를 끼치는 ‘정부 실패’를 부를 수 있다. 정부는 시장이 혁신을 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혁신기업이 더 많이 생기도록 지원하며 기반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사회는 변화한다. 화물연대의 구성원들은 본래 자영업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점차 ‘노동자적’ 성격을 갖춰 가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러한 중간자적인 위치로 인해 자신의 본질에 ‘노동자성’을 부여하는 일이 생겨난다. 거기에 민주노총이라는 ‘노조 우산’이 동원된다. 그럼에도 화물차주들은 경제적 가치의 확대를 위해 자영업자이기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에 있다.

◇문제를 푸는 관점

정부는 이번 사태의 진단과 해법을 좀 더 큰 흐름과 긴 안목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화물연대 집단행동 사달은 근본적으로는 우리 물류시장의 전근대성에서 비롯됐다. 우리 물류체계가 제대로 된 물류기업 없이 ‘화주 대 차주’ 체제로 정착돼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집단행동이 벌어지면 ‘정부 대 민주노총’의 대결이 된다.

해법은 정부가 불법 집단행동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물류체계의 후진성과 ‘화주-차주 간 힘의 비대칭성’을 개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물류기업이 제대로 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물류생태계를 선진화하는 등의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전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 용어 설명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들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 안전 운행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해 2020년 시행돼 2022년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

‘담합’이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들과 집단으로 가격이나 요금 등을 결정·유지·변경·조정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말함. 사업자들 이익집단의 부당한 공동행위의 하나.

■ 세줄 요약

강 대 강 대치 : 화물연대 집단행동을 놓고 정부와 민주노총이 강 대 강 대치 중.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적인 업무중단에 단호히 맞선다는 방침이고, 민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이 노동자에 대한 계엄령 선포라는 입장.

본질과 성격 : 화물차주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이며, 따라서 지금의 행동은 파업 아닌 집단 업무중단. 또 운임은 임금이 아니라 요금 즉 가격이므로, 안전운임제 요구는 자유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가격 담합에 해당.

국가의 가격 개입 : 국가가 나서서 가격에 개입하는 건 부적절함. 정부는 불법 집단행동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화주-차주 간 힘의 비대칭성’을 개혁하고 물류생태계를 선진화하는 등의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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