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脫원전·선심성 요금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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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2-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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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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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경제부 차장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및 전기요금 인상 유보 후폭풍이 거세다. 경제적 발전원인 원전은 줄이고 태양광·풍력 같은 값비싼 에너지를 늘리면서도 그에 따라 비용 부담이 늘어난 한국전력의 요금 인상 요구는 철저히 무시했다. 그 결과는 지금과 같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한전 누적 영업적자는 21조8342억 원에 달한다. 올 한 해 전체로는 3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1월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전에 대해 “공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파산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생길 것”이라고까지 했다. 문제는 국내 최대 공기업 한전의 위기가 한전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미 기업·가계·정부 등 경제 주체 전반이 한전발(發) 위기의 파급력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우선, 한전이 재무 상황을 개선하려고 대량 발행한 채권은 자금 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렸다. 금리 6%에 가까운 초우량 트리플A(AAA) 등급 공사채는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모조리 빨아들이며 자금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올해 27조 원, 누적액 65조 원 넘는 채권을 발행했지만, 여전히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한전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일반 기업의 회사채가 외면받고 도산 위험에 내몰리는 ‘구축 효과’도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런가 하면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한 대주주 산업은행은 한전 보유 지분만큼이 손실로 잡히며 그만큼 기업 지원 여력을 잃었다. 건전성의 기준이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기업 대출 규모를 줄여야 해서다. 한전 적자가 21조 원이면 산은의 기업 대출 가능 수준은 33조 원 쪼그라든다고 전해진다. 한전 적자가 예상대로 30조 원을 넘으면 대출 축소액은 40조 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을 두는 ‘SMP 상한제’가 시행에 들어가며 민간 발전사들의 반발도 이어진다.

억눌러 왔던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날로 커지며 가계의 부담도 부쩍 늘어났다. 지난 4·10월 ㎾h당 9.8원의 기준연료비 인상 등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기요금이 9.4% 오른 데 이어 이번 달 중순 결정될 내년 1∼3월 요금도 사실상 인상이 확정적이다. 정부는 단계적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그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전기요금 인상은 결국 물가 상승을 초래하며 정부의 물가 안정 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7% 올랐고, 같은 달 생산자 물가도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정부가 출자기관인 한전으로부터 받는 배당금도 한전 적자 상황을 고려하면 2년 연속 ‘0원’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추진한 탈원전과 선심성 전기요금 정책은 5년 뒤 에너지 위기와 함께 뼈아픈 청구서가 돼 날아오고 있다. 복합 경제 위기가 몰아닥칠 거라는 공포감이 커지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하지만 책임자들은 아무 말이 없다. 도의적 사과조차 없는 그들에게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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