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첫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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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2-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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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지난달 29일 밤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서울의 첫눈이 평균 11월 20일 내리니 9일 늦었다. 빨리 내린다고 모두 첫눈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경우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에서 관측요원이 목격해야 한다. 서울 관측 사상 제일 이른 첫눈은 1981년 10월 23일에, 제일 늦은 첫눈은 1948년 12월 31일에 내렸다.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물이 첫눈이 올 때까지 유지되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다. 봉숭아꽃이 7∼8월에 피고 물들인 손톱은 3개월 유지되니 역시 첫사랑은 이뤄지기 어려운 것인가 보다.

관측 이래 수도권에서 가장 늦은 눈은 2020년 4월 22일에 내렸다. 강원도에서는 2021년 5월 2일 폭설이 내려 설악산 강설량이 20㎝를 넘겼다. 눈은, 위도 40∼60도에 위치한 산악 지역 중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 많이 온다. 실제로 동해안은 세계 기준으로도 눈이 많이 온다. 울릉도에서는 1962년 1월 31일 하루 동안 무려 293.6㎝가 내렸다. 일본에도 엄청난 강설량을 보이는 지역이 많다. 겨울 관광지로 유명한 삿포로가 연평균 600㎝, 아오모리현 774㎝, 시라카와고 1055㎝에 달한다. 세계 기록은 1999년 미국 워싱턴주 베이커산에 내린 2896㎝다. 눈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핵이 되고, 이 핵을 중심으로 수증기가 응결해 만들어진다. 눈 결정이 핵을 중심으로 6각형의 대칭 구조를 이루는 이유다. 현재까지 전해진 최대 눈송이 기록은 1887년 미국 몬태나에서 측정된 지름 38㎝짜리다. 기네스북에도 올라와 있지만, 이 기록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어 신빙성은 떨어진다.

중국과 한국 등 한자 문화권에서는 눈을 좋은 징조로 여긴다. 정월 초하루에 오는 눈을 서설(瑞雪)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눈은 이듬해 봄의 가뭄을 방지한다. 습도를 높여 황사, 미세먼지, 가축 인플루엔자 확산도 막아준다. 최근 겨울마다 구제역과 AI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기후변화로 눈이 잘 안 오기 때문이다. 눈은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내려앉아 세상을 순백으로 감싼다. 어린 식물들이 겨울 칼바람에 말라죽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조롱과 비판에 몰입해 국민과 국론을 분열시키고 결과적으로는 힘없는 서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우리 정치권에는 기대하기 힘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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