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에선 ‘쓱 빠지고’ 좋은 것에는 ‘푹 빠지는’ 연습을 하자[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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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2-05 09:26
업데이트 2022-12-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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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아이브 ‘러브 다이브’

예술에 순위를 매기는 게 온당한 일일까. 국내에서 가장 큰 서점인 교보문고에서 지난 10년간(2012년 11월 28일∼2022년 11월 27일)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집을 발표했는데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1위로 선정됐다. 역시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이라고 하지 않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집이라고 제목을 붙이니 정량평가가 정성평가로 바뀐 느낌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책을 찢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을 주도한 사람은 놀랍게도 교사(키팅 선생)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교재의 제목은 ‘시의 이해’. 불량서적도 아닌데 교사는 왜 그런 과격한 지시를 했을까. 분개한 까닭이 대사에 나온다. “시를 어떻게 순위를 매길 수 있냐. 그러니 찢어라(rip it out).” 그 장면을 복도에서 목격한 동료 교사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12월에 시작하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JTBC)는 이혁진의 장편소설이 원안이다. 제목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데 각자 다른 이해(利害)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사랑으로 이해(理解)하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인간관계에서 내게 이로우면 이해가 되고 내가 손해 볼 것 같으면 이해하지 못한다는 세태를 꼬집은 제목이다.

음악동네에서도 순위 매기기는 오랜 관행이다. ‘가요톱10’도 열 곡의 순위를 정해서 발표했고 ‘10대가수가요제’에서도 1등을 골라 가수왕 칭호를 부여했다. 제작진도 고민이 크다. 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시청률이 곤두박질친다. 하지만 진정한 순위는 기억과의 싸움이다. 1980년대 가수들 중 사라진 톱10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지금 기억에 남은 가수들이 진짜 10대 가수다.

엉뚱한 곳에서 소환되긴 했지만 ‘동백아가씨’는 차제에 불멸의 가요임이 입증됐다. 할머니가 확실히 알고 엄마도 대충 알고 딸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노래는, 이른바 흘러간 노래가 아니고 흘러온 노래, 즉 살아남은 노래다. ‘난 인정 못해’ ‘난 이해 못해’라고 굳이 어깃장을 놓을 필요까진 없을 듯하다. 원곡가수의 심정은 어땠을까. 자신의 노래로 답하면 족할 듯하다. ‘추운 겨울 눈밭 속에서도 동백꽃은 피었어라/ 나 슬픔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 있음은/ 나 아픔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 있음은/ 내 안에 가득 사랑이/내 안에 가득 노래가 있음이라’(이미자 ‘내 삶의 이유 있음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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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팅 선생은 늘 오늘을 잡아라, 지금을 즐겨라(카르페 디엠)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핫한 노래는 무엇인가. 기억의 공간이동을 잠깐 시도해보자. 1980년대, 90년대만 해도 연말가요제는 문화체육관, 장충체육관에서 주로 열렸다. 올해 대중음악계를 결산하는 가요제(2022 마마 어워즈(MAMA AWARDS))는 일본 교세라 돔 오사카에서 열렸다. 올해의 노래(송 오브 더 이어)로는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LOVE DIVE)’가 뽑혔다. 아이브는 2022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100곡을 선정하는 차트(애플 뮤직이 발표한 ‘톱 송즈 오브 2022: 코리아’)에서도 1위(러브 다이브), 2위(일레븐)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유는 알아도 아이브는 모르겠네.” 하기야 데뷔한 지 딱 1년밖에 안 된 신인그룹이다. 하지만 전례가 있다. 이미자가 가수왕이던 1968년에 ‘커피 한잔’으로 데뷔한 자매그룹 펄시스터즈는 이듬해 MBC가수왕에 등극했다. 그해 최고 인기가요도 펄시스터즈의 ‘님아’였다.

‘러브 다이브’는 쉽게 말해서 사랑(Love)에 빠지라(Dive)는 얘기다. ‘Woo 망설일 시간은/ Woo 3초면 되는 걸/ Woo yeah It’s so bad It’s good/ 원하면 감히 뛰어들어.’ 나쁜 것(bad)엔 쓱 빠지고 좋은 것(good)엔 푹 빠지는 연습을 평소에 해두면 사랑의 이해도 그만큼 깊어지지 않을까.

작가 · 프로듀서 ·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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