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초조하게 하라… 토너먼트는 누구도 몰라”

■ 12년전 ‘16강’ 허정무의 조언

3차전서 포르투갈 뒷문 빈 사이
손흥민 역습 - 황희찬 골 이어져

최강 브라질 만나지만 당당하게
‘결초보은’ 다짐하며 다 쏟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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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전처럼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며 골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토너먼트는 누구도 모르니까요.”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허정무(67·사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의 목소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룬 축구대표팀의 활약에 한껏 상기된 상태였다. 하지만 12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신이 앞서 이끌었던 원정 16강의 경험을 나누는 데에는 비장함도 전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3일(한국시간) 카타르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목표를 달성했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맛본 그때와 똑같이 조별리그 1승 1무 1패로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했다.

당시 한국 축구의 쾌거를 이끌었던 ‘감독’ 허정무는 행정가로 변신해 올해 대전의 1부리그 승격을 지휘했다. 허 이사장은 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2010년도, 2022년도 정말 힘들지만 극적으로 값진 성과를 냈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수고했고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허 이사장은 “포르투갈이 약간 느슨한 면도 있었으나 무엇보다 우리가 상대를 초조하게 만든 것이 주효했다”면서 “첫 골을 일찍 실점한 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포르투갈이 이기려고 계속 골 욕심을 냈는데 넣질 못해 초조해졌다. 결국 지난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처럼 상대가 급한 마음에 코너킥 상황에서 전부 우리 진영에 나와 있어 뒷문이 비었고, 손흥민이 빠른 스피드로 역습을 노려 (황희찬이) 기막힌 골을 성공시켰다”고 분석했다.

한국 축구인 중 유일하게 감독 자격으로 월드컵 16강 무대를 경험한 허 이사장은 브라질과의 16강전도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처럼 경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대가 아무리 브라질이라고 하더라도 포르투갈전에서 했던 것처럼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면서 골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토너먼트는 누구도 모른다.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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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사장은 12년 전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 당시 사자성어를 활용해 선수와 국민에 굳은 각오를 전했다. “우루과이와 16강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사자성어를 썼다”고 회상한 허 이사장은 “우리를 응원해주는 국민에게 보답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자’고 이야기했고, 지금 생각해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했다. 과거 ‘도하의 기적’처럼 카타르는 우리에게 약속의 땅이 될 수 있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나지만 절대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하고 멋진 경기를 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허 이사장의 대전은 2020년 재창단 후 3시즌 만에 K리그1으로 승격했다. 쉽지 않은 도전을 앞둔 허 이사장은 “승격의 기쁨에 취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제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섬세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