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죽음을 기억하라, 그러나 몸은 성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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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2-06 11:34
업데이트 2022-12-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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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미영, 연밭의 무언극, 162×130㎝, 캔버스에 유채, 2004.



이재언 미술평론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경구(警句), 듣는 사람에 따라 평온한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 것, 혹은 천근만근의 무게로 옥죄는 돌덩이일 수도 있다. 물론 삶을 현명한 길로 이끄는 좌우명이어야 한다. 고령의 어른들께 수의를 선물하는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장수(長壽)를 비는 것’치고는 참 심오하다.

연(蓮)과 사람을 많이 그린 한미영의 그림 속 연을 볼 때, 그것이 우연한 소재는 아닌 것 같다. 불가의 정토(淨土), 혹은 유가의 군자(君子)라는 상징 아닌가. 예토(穢土), 즉 진흙탕 같은 속세에서 구현되는 진리의 의미로 전통 회화에서 많이도 등장했던 것들이다. 몽환적 조명의 이 무대 같은 정황은 무얼까.

바로 그 흙탕의 연못에서 적신(赤身)의 사람들이 무언의 몸짓들을 하고 있다. 연들을 배경으로, 아니 연들과 섞여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야 할 사람의 운명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연꽃이 정토의 상징이듯, 사람이 그러하다는 것일까. 죽음은 마땅히 기억하되, 우리 몸이 성전인 것도 잊지 말라는 역설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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