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영의 시론>‘백지 혁명’과 ‘차이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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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2-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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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국제부장

中 당대회서 3연임 성공한 習
1개월 만에 ‘백지 혁명’ 직면
갈수록 커져 갈 ‘자유’ 목소리

전세계 ‘차이나 리스크’ 급등
북핵·대만 등 문제서 원칙 필요
尹, 포괄적 대중 보고서 만들라


지난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은 무소불위(無所不爲)처럼 보였다.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도 리창(李强) 상하이(上海) 서기를 비롯해 7명 전원이 시 주석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 출신으로 채워졌다. 파격이자 독주였다. 특히, 당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끌려 나가듯 퇴장당하는 모습은 시 주석이 원로든 누구든 간에 어떤 저항이나 불만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하지만 ‘황제’에 비견될 정도로 절대 권력을 누리는 듯한 시진핑 3기 체제의 복병은 의외의 장소에서 출현했다. 지난 11월 25일 신장(新疆) 위구르자치주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방역 차원에서 봉쇄돼 있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숨진 뒤 시작된 추모 집회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백지(白紙) 혁명’ 시위로,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등장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11월 27∼30일 중국 24개 도시에서 총 51차례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에서 집단적 시위는 매우 이례적으로, 사실상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33년 만이다. 물론 시진핑 체제의 권위주의적 성향을 볼 때 산발적 시위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사망에 대한 추모가 제2의 톈안먼 사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은 낮다. 다만 ‘백지 혁명’ 시위에서 증명됐듯 SNS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시위가 갖는 확산성은 계기를 만나면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다. 특히,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19년 이미 1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향후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내외적 변화는 글로벌 정세에도 매우 중요한 변수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던 중국의 GDP 성장률은 올해 2분기에는 장기적 봉쇄 정책으로 0.4%까지 추락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1일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내부가 흔들릴수록 중국의 대외 정책이 더욱 매파적 성격을 띨 가능성도 매우 크다. 주요국들이 대중 정책을 속속 바꾸고 있는 이유다. 미국은 지난 10월 발간한 국가안보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유일한 미국의 경쟁자’로 규정했고, 독일 역시 최근 ‘중국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이 인민해방군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7년 이내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에서도 “중국과의 황금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이 나왔다.

‘차이나 리스크’에 가장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가는 한국이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내외적 변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의 봉쇄 정책에 따른 소비 감소로 지난 11월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5%나 감소했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가공할 만한 ‘핵보유국’이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핵탄두 규모가 2년 만에 배가 늘어난 400기를 넘어섰고, 2035년까지 핵탄두 1500기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핵만큼이나 중국의 급속한 핵무기 보유도 우리에겐 중요한 안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대만 문제에도 원칙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중국의 협조를 어떻게 끌어낼지, 또 중국의 잇단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과 같은 무력시위를 어떻게 관리할지, 더 나아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어떻게 대응할지 등과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국가로 올라선 한국도 이제는 외교적 원칙을 담은 포괄적인 대중국 전략 보고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임기응변식 대응은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으로, 사전에 공표된 원칙 아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만이 앞으로 다가올 ‘차이나 리스크’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바른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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