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1시간 PT → 한국어 수업 → 댄스 연습 … ‘꿈 향한 강행군’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2-12-09 09:19
업데이트 2022-12-12 10:25
기자 정보
박세희
박세희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폰트
공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출신의 MLD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사와이 세나(왼쪽)와 와타나베 이츠키(오른쪽)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댄스 레슨을 받으며 춤 기본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김수은 인턴기자



■ K팝의 탄생 현장을 가다
( 2 ) 스타의 탄생 … 日 아이돌 연습생의 하루

줄넘기 · 턱걸이 등 마친 뒤
연습실 주변 4㎞ 전력질주

식사는 단백질 위주 간단히
김밥 · 샐러드 등으로 해결

매일 번갈아 노래 · 춤 레슨
기본동작 등 쉴틈없이 연습

“세계로 나가려면 K-팝 필수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한국 와”


K-팝의 위상이 놀랍다. 미국 주류 팝의 변방이던 K-팝은 어떻게 전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됐을까. 중독성 있는 멜로디, 칼군무, 독특한 세계관, 화려한 비주얼, 강력한 팬덤. K-팝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K-팝 탄생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본다.

와타나베 이츠키(渡邊樹). 2006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태어났다. 방탄소년단(BTS) 팬인 누나의 영향으로 처음 K-팝을 접했고 화려한 퍼포먼스에 빠지게 됐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가수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지난 9월 한국으로 왔다. 현재 서울엔 이츠키처럼 K-팝 가수를 꿈꾸는 수많은 연습생이 있다. 대형 기획사들에 수십 명, 중소 기획사들에 5명 안팎의 연습생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연습생의 수는 수백 명에 달한다. 이들은 ‘데뷔’만을 바라보며 짧게는 1년, 길게는 15년에 이르기까지 연습생으로 지낸다. 무엇이 이들을 꿈꾸게 만들었고, 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이츠키의 하루를 함께해봤다.

모모랜드와 TFN 등 수많은 K-팝 그룹을 배출한 MLD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이츠키의 하루는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빌라에서 시작한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연습실로 향한다. 가볍게 몸과 목을 풀고 있으면 오전 11시 헬스 트레이너가 온다. 1시간 동안 ‘죽음의 PT(퍼스널 트레이닝)’가 이어진다. 줄넘기 5분, 턱걸이 스무 번, 15㎏ 덤벨을 들어 올린 채 런지 2세트 등. 실내 운동을 마친 후엔 논현동 일대를 뛴다. 3∼4㎞ 되는 거리를 10분 안팎으로 들어와야 한다.

연습생들의 체력 단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폐활량’이다. 격한 안무를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기 위해선 폐활량을 늘리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렇기에 종종 음악을 틀어놓고 운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MLD엔터뿐 아니라 다른 기획사들의 연습생들도 ‘PT’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연습생 시절을 마치고 K-팝 가수로 데뷔하게 되면 빡빡한 스케줄로 체력이 금방 떨어지기에, 그에 앞서 미리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운동은 연습생들의 정서에도 좋다. 이츠키의 운동과 식단을 관리하는 전태일 트레이너는 “강한 정신력을 만들기 위해 운동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극한의 상황을 함께 겪으면 연습생들끼리 의지하게 되고 팀워크도 좋아진다”고 했다.

운동과 함께 병행되는 게 식단 관리다. 단백질과 비타민 등을 위주로 식단을 짜는데,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변비다. 전 트레이너는 “운동과 함께 연습생들의 식단 관리도 제가 맡아서 한다. 이들이 쓰는 카드 내역까지 다 확인하는데 아무래도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다 보니 변비에 걸리기 쉽다. 변비에 걸리지 않게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이어진 PT의 마지막은 스트레칭. 전 트레이너는 특히 골반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이돌들의 춤 동작이 골반을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골반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잘 풀어줘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진 점심시간, 열심히 운동했으니 거하게 먹을 법도 하지만 이츠키는 점심을 간단히 먹는다고 했다. “점심에는 김밥, 샐러드,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먹습니다. 너무 배불리 먹으면 몸이 무거워 춤 연습도 잘 안 되고 노래도 잘 안 나와서요.”

점심시간 후 오후 2시, MLD엔터 사옥에서 이츠키의 한국어 수업이 이어졌다. 선생님은 MLD엔터 소속 연습생들의 수업을 전담하는 일본인 미츠이 마리. 일본인 연습생들에겐 한국어를, 한국인 연습생들에겐 일본어를 가르친다. 연습생들은 그녀를 ‘마리 쌤(선생님의 준말)’이라 부른다. 도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계속 일본에만 살다 지난 9월 한국에 처음 온 이츠키의 한국어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와타나베 이츠키가 헬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모습. 운동은 기초체력을 다지고 폐활량을 늘리는 데 필수다. 김수은 인턴기자



이날 수업의 주제는 ‘∼해야 된다’는 의무의 표현. ‘바꾸다’가 ‘바꿔야 되다’가 되고 ‘달리다’가 ‘달려야 되다’로 변형되자 이츠키는 “어렵다”고 울상을 지으면서도 열심히 필기를 했다. K-팝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활동이 기반이 되기에 한국어 공부는 필수다. 1시간 동안 수업이 이어지고 3시부터 4시까지는 자습을 한다. 이때 이츠키는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단어 암기에 집중한다고 했다. “단어 외우는 게 가장 힘들어요.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요. 하하.”

4시부터 6시까지는 보컬 레슨 또는 댄스 레슨 시간이다. 요일별로 달라지는데 이날은 댄스 레슨을 해주는 ‘댄스 쌤’이 방문했다. 가볍게 몸을 풀고 기본 동작부터 시작한다. 노래가 흘러나오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자 수줍어하던 모습의 이츠키는 온데간데없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연습실 벽면에 부착된 전면 거울을 보며 연습한 동작들을 추고 댄스 쌤이 수정해야 할 점들을 봐주는 식이었다. 2시간 동안을 그렇게 몸을 움직이니 찬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이츠키는 연신 땀을 흘렸다.

이츠키는 지난해 MLD엔터가 일본에서 개최한 오디션에 지원해 합격,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조금 잠잠해진 후 입국했다. MLD엔터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 오디션을 개최하고 있다.

이츠키가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긴 한데요, 제가 선택한 꿈이니까요. 꿈을 위해 열심히 하다 보면 부모님도 더 기뻐하실 날이 올 거라 생각해요. 다행히 부모님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최고다. 하고 싶으면 해봐’라고 응원해 주셔서 그 힘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도 노래와 춤을 가르치는 곳은 많다. 왜 한국일까. 이츠키를 비롯한 외국인 연습생들은 한국을 “세계로 나가기 위한 교두보”로 생각하고 있었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선 한국을 가야 한다는 게 많은 연습생들의 생각이라고 이츠키는 전했다. “저의 꿈은 제 노래와 퍼포먼스로 다른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입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을 웃게 하고 싶어요. 물론 일본에도 훌륭한 연예기획사가 많지만 세계로 나가기 위해선 K-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에 왔습니다.”

아직 이츠키에게 한국은 논현동 일대가 전부다. 홍대도, 명동도, 종로도 가보지 못했단다. 놀러 간 곳은 없냐는 물음에 그는 멋쩍게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연습실 근처에 큰 ‘다이소’(생활용품매장)가 있어요. 거기 가서 구경했어요. 아직 지하철도 타본 적이 없어서요.”

이츠키의 모든 스케줄이 끝나는 것은 저녁 8시 정도. 어눌한 한국말로 “수고하셨습니다!”라며 깍듯하게 인사한 뒤 어둑해진 골목을 총총 걸어갔다. 숙소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에 나지막이 “파이팅”을 외쳤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박세희 기자의 아이돌 연습생 취재 브이로그를 볼 수 있습니다.
주요뉴스
기사 댓글

댓글 영역은 접힘 상태로 기본 제공되며, ON/OFF 버튼을 통해 댓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D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