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犬계 손흥민’ 달관이 특진·특식도 없이 ‘개껌 은퇴식’ 왜?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2-12-11 08:57
업데이트 2022-12-22 16:27
기자 정보
정충신
정충신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2
폰트
공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국민 군견’ 달관이 은퇴식에서 조은누리(가운데) 양과 가족이 달관이를 쓰다듬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1300여 군견(軍犬)계의 손흥민급으로 대우받던 ‘국민 군견’ 달관이의 지난 8일 은퇴식을 계기로 군견의 세계가 또다시 조명받고 있다.

특히 달관이 소속부대인 육군 32사단이 특별한 은퇴식을 마련, 3년 전인 2019년 7월 ‘정찰에 통달했다’는 뜻의 달관이 덕에 실종 11일 만에 목숨을 구한 중학생 조은누리양(당시 14세)과 가족들이 참석해 달관이의 행복한 ‘제2의 견생(犬生)’을 기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3년 전 큰 공을 세워 국민영웅으로 떠올랐을 당시부터 은퇴식까지 달관이에게 일계급 특진이나 특식조차 주어지지 않아 너무 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네발 달린 전우’라면서 명예로운 ‘전역식’ 대신 일반 회사처럼 ‘은퇴식’이 웬말이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보통 군견들은 사람의 50∼60대에 해당하는 8살 전후에 은퇴하는 데 비해 달관이는 70대에 해당하는 10살에 은퇴해 너무 오래 고생시킨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나왔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달관이와 함께 조은누리양 구조에 나섰던 박상진 원사가 달관이와 공놀이를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수컷 셰퍼드인 달관이는 2012년 강원도 춘천시 육군군견교육대(현 군견훈련소)에서 태어나 군견 교육을 마친 뒤 이듬해 32사단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 군견으로 2016년 제2작전사령부 군견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등 일찌감치 주목을 받있다.

그런 달관이였기에 2019년 7월 가족과 함께 등산을 갔다가 실종된 조양을 11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있어 당시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상사와 군견병 김재현 일병과 함께 일등공신이었다.

당시 달관이에게 쏟아진 국민의 찬사는 대단했다. 네티즌들은 “특진시켜야 한다” “기특한 달관이에게 쇠고기와 수박 특식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열화와 같은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은퇴식이나 특진도 특식도 없었다. 달관이에게 주어진 것은 그때도 이번에도 ‘개껌’이 고작이었다. ‘열일’한 군견에게 주어진 포상치고는 너무 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군 나름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육군 32사단이 마련한 은퇴식에 참석 중인 국민 군견 달관이. 국방일보 제공



군견은 군번과 같은 견번을 받고 생활하지만 계급은 없기 때문에 특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별한 표창장도 없었다. 달관이에게 실제로 포상이 주어지지 않았다. 32사단에 따르면 달관이는 이후에도 사료와 육포 같은 간식을 먹으며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열일’한 군견에게 주어진 포상치고는 너무 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실제 군견은 계급이 없다. ‘특진 건의’는 군견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군견은 ‘살아 있는 전투장비’로 분류된다. 지난 1990년 강원도 양구군 제4땅굴 소탕작전 도중 지뢰를 탐지하고 자신의 몸으로 터뜨려 분대원들의 목숨을 구한 군견 ‘헌트’가 소위 계급을 추서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지금까지 이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사료는 없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계급이 없는 달관이가 특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시칠리아 공격 때 전투에서 화상을 입으면서 적군 포로 10명을 사로잡는 혁혁한 공을 세운 데 최고의 군견 영웅 ‘칩스’ 도 은성훈장과 퍼플하트훈장까지 받았는데 이는 나중에 동물에게 표창을 수여하는 것을 막는 육군 정책으로 취소된 사례를 참고한 것 같다.

특식 주는 것도 간단치 않다. 육군 군견업무규정에는 ‘군견의 건강관리를 위해서 규정된 사료 및 훈련용 보조 사료 이외에는 급식을 금지한다’고 적혀 있다. 시험 급식을 통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사료 외에는 외부에서 반입한 음식은 먹지 못한다는 규정이 달관이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군견은 적에게 음식으로 포섭되는 걸 막기 위해 정해진 양의 특수사료만 먹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음식을 잘못 먹고 심한 경우 죽기까지 하는 반려견들 사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조 사료로는 주로 육포가 활용된다. 그동안 현장에서 만나본 군견병 대부분이 “군견이 가장 좋아하는 ‘포상’은 공놀이와 육포”라고 입을 모았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육군32단에서 열린 군견 달관이 은퇴식에서 장병들이 손편지로 만든 목걸이를 달관이에게 선물하고 있다. 육군 제공



결국 3년 전 달관이에게는 “더 좋은 개껌”이 주어졌고. 이번 은퇴식에도 달관이는 특식 없이 개껌에 만족해야 했다. 개껌은 주로 뼈를 압축하거나 소가죽을 가공해 딱딱하게 만들어 개가 물어뜯도록 만든 애완용품으로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올해로 10살인 달관이는 사람으로 치면 70대에 접어든 고령이다. 수색 능력은 여전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은퇴하게 됐다. 그런데 왜 ‘전역’이 아니고 은퇴일까. 군견훈련소측은 “군견에게 은퇴는 군 간부로 치자면 전역 전 전직교육과 같다. 은퇴한 군견은 ‘관리견’으로 전환돼 무상 분양 대상견으로서 민간에 분양되기도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군견훈련소에서 남은 생을 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달관이는 ‘복무하던 역종(役種)을 전환한다’는 전역이 아니다. 즉 ‘예비역 군견’은 아니기 때문이다. 달관이는 대부분의 은퇴 군견처럼 자신이 태어난 춘천 군견훈련소로 돌아가는 게 일반적 절차였다.

하지만 32사단은 10년 가까이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고 은퇴한 달관이가 경계보조견 등으로 부대에서 편히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육군본부에 건의해 승낙을 얻었다. 특히 기동대대 전우들이 손으로 직접 써 만든 ‘소원 꽃목걸이’도 있어 끈끈한 전우애를 보였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은퇴 전 마지막 훈련 중인 달관이. 국방일보 제공



퇴임식에서 기동대대장인 윤상순 중령은 “기동대대 장병들의 친구이자 따뜻한 전우인 달관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장병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 해 온 달관이가 임무 완수(은퇴) 후 우리와 함께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달관이와 함께 마지막 임무수행을 완료한 김민수 일병(군견병)은 “달관이의 존재를 먼저 알고 왔을 정도로 너무나 유명했다”면서 “그동안 달관이가 해 온 임무수행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편하게 쉬면서 지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충북 청주 지역에서 달관이에게 구조를 받은 여중생 가족은 “지금 하려는 말들을 (달관이가) 알아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는) 2019년 8월 달관이가 투입된 임무수행의 수혜자로 은퇴하는 달관이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저희 사랑스러운 딸의 생명 은인격인 달관이가 그동안 수많은 임무수행을 해 오면서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은퇴 후에는 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은퇴하는 달관이에게 “2019년 8월, 나를 찾아줘서 정말 고마웠어”라는 목걸이도 걸어줬다.

이 정도면 군과 국민을 위해 헌신한 달관이에게 행복한 은퇴식과 복받은 노후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정충신 선임기자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count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