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文정부‘부동산 난장판’ 뜯어고칠 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내년 개별 공시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표준 단독주택 및 토지 공시가격이 14일 발표됐다. 전국 표준주택과 표준지는 각각 6.0%와 5.9% 하락했다. 현실화율이 앞서 나간 고가 주택의 하락률은 더 높아 강남권 표준주택가격의 경우 10% 안팎이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시세 하락이 아니라 적용되는 현실화율(단독주택 60.4→53.5%)을 낮춘 결과다. 시장에서 이어지는 가격 하락 추이가 반영된 게 아니라,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정책적 선택의 결과다. 뚜렷한 내림세를 겪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가 기대된다.

지난 11월 세 부과로 드러난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의 급증은 여야 모두에 정치적 부담이 됐다. 공정가액 비율을 60%로 낮췄는데도 급등한 공시가격으로 종부세 납부자가 122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주택보유자 중 8%로, 종부세가 중산층 세금이 됐다고 정부가 천명한 근거가 됐다.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지방공공재 제공을 위한 비용을 그 편익을 누리는 주민이 부담케 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매매가격이 급등한다고 그 주택을 사용하는 거주민이 얻는 편익이 함께 높아지진 않는다. 재산세 특히 종부세를 주택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오인하지 않는다면 변동성이 심한 과세기준보다는 안정적인 과세기준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 때 발생한 가격 급등 상황에서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추진, 가격 변동성으로 초래되는 재산세 부담 급변에 대한 완충재로 활용되던 공정가액 비율 100%를 올해 적용하기 위한 수순, 또 재산세 및 최고 6%에 이르는 종부세 세율 자체의 급등이라는 반시장적 선택으로 시장은 난장판이 됐다. 이번 공시가격 조정으로 시장이 조금씩 숨을 고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문 정부에서 시도된 공시가격 현실화로 파생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공시가격이 재산세 과세 기준은 물론 건강보험료 등 다양한 사회 지원 시스템의 부담 기준으로 과도하게 이용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서울 강남 아파트를 포함해 아파트 2채를 부부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얼마 전 은퇴한 교수님이 계시다. 최근 외국 유학을 떠나는 아들 부부를 지원하기 위해 강남 아파트를 월세 놓고 최근 김포 전세로 옮기셨다. 이 교수님은 종부세도 걱정이지만 은퇴해서 이제는 부부가 직접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가 더 걱정이시다. 소득과 괴리가 큰 변동성이 심한 부동산 자산가치가 기준이 돼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가 합리화될 수 있는 논리 중 하나가 임대소득세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담 능력은 기본적으로는 현금 흐름에 기초한 판단이 바람직하다.

왜 우리가 여러 가지 사회 시스템을 운영하는 부담 기준으로 변동성이 심한 부동산 가격 혹은 자산 가치를 추정해서 공표하는 공시가격 제도에 매달리게 됐는지 의문이 든다. 아마도 과거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하경제의 비중이 높은 시대에 보완적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소득이나 현금 흐름 파악의 신뢰도와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사회 지원 시스템의 운영에서 변동성 큰 공시가격 종속도를 낮출 수 있는 대대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