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특사’, 사면의 3요소 결여… 법치 훼손·권력 오남용 우려[Deep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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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2-22 08:59
업데이트 2022-1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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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수의 Deep Read - 헌법 정신과 김경수 사면

대통령의 사면,‘국익 부합+범죄 재발 방지+국민 공감대 확보’요건 갖춰야 헌법정신에 합치
사면이 정치적 거래물 되면 안돼… 김 ‘복권’도 ‘사면후 1회 불출마 룰’깨트릴 수 있어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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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군주의 대권에서 유래된 것으로, 일반사면과는 달리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오직 주권자인 국민의 여론 및 선거를 통한 통제만이 인정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면은 사법 절차로 형이 확정된 범법자의 형을 면제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법치 훼손의 우려가 있다. 대통령 특별사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 특사가 헌법 정신에 부합하고 권한 오남용을 최소화하려면 국익에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유사 범죄 재발 방지 장치가 있어야 하며,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김경수 사면’은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김 전 지사는 형 확정 이후로도 줄곧 ‘무죄’를 주장하며 자신의 사면을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

◇법치와 사면의 딜레마

대통령 사면권의 오남용이 문제 된 사례는 민주화 이후에도 매우 많았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듭되면서, 과거 기본적으로 수천 명, 심지어 100만 명 이상을 특별사면하던 것이 점차 줄어들었다. 또 절기나 기념일마다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정치인,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을 반복하던 것도 크게 줄었다.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해 여권에서는 민주주의 절차를 파괴한 ‘드루킹 사건’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아 복역 중인 그의 사면이 법치를 깨뜨린다는 비판이 강하다. 반면 야당은 복권까지 포함한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사면 거부 발언도 논란이 됐다. 일견 정치적 기싸움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면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작동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법치와 사면의 딜레마에 대한 김 전 지사의 인식 부족이 깔려 있다.

사법 절차를 통해 유죄가 확정된 범법자를 사면할 경우에 법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 세계적으로 사면제도가 널리 인정되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도로 중대한 국익을 위해 예외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에 대해 사형이 선고됐었지만 사면된 바 있다. 김현희를 사형시키는 것보다는 생존한 상태에서 본인의 행동을 반성하고 증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김대중·이회창·이인제 등 차기 대선후보들의 동의를 얻어 사면을 단행했던 것도 당시 상황에서 엄정한 법 집행보다 국민통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전·노 사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등 사면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국민통합을 앞세운 사면이 거꾸로 갈등을 키우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김경수 사면’ 올바른가

사면은 헌법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인정한 취지에 맞아야 하고, 대통령의 권한 오남용이 아닌 올바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사법 절차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 측근이라고 사면해주거나 여야의 정치적 거래나 타협에 의해 사면하는 것이라면 이때의 사면권은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권력 오남용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불법이 확인된 범법자를 사면하는 것이 유사한 범죄의 재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어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과거 정치인·경제인 등에 대한 사면의 반복이 불법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경시로 이어졌고, 그 결과 불법이 반복됐던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셋째,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이라면 진정으로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사면을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으로 강행하는 것은 국민 법감정에도 맞지 않고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김경수 사면’이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과연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고, 유사한 불법의 재발을 자극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의문이다. 더욱이 김경수 사면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이를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선진 외국의 사례를 보면 사면권의 행사 자체가 매우 드물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1949년 이후 단지 4차례의 사면이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27명을 사면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이외에는 역대 대통령이 모두 5명 이내를 사면했다. 사면권 행사가 상대적으로 빈번했던 미국의 경우 대통령의 4년 또는 8년 재임 기간 동안 400명 이상을 사면한 예가 없었다.

◇복권과 ‘1회 불출마 룰’

사법 절차를 뒤집는 사면을 다시 사법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한 절차적 통제도 마련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매우 약하다. 사면권의 오남용 문제는 미국에서도 많이 제기된다. 사면권의 오남용은 법치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측근 사면이나 정치적 거래에 의한 사면은 민주주의의 기초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김경수 사면’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사면에 그칠 것인지, 공직 취임 등과 관련한 복권까지 함께 할 것인지다. 이에 관한 명문화한 규정은 없으며 사면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선거사범의 경우 사면을 통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더라도 곧바로 다음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권을 같이 해주지 않는 게 관례였다. 이른바 ‘사면 후 1회 불출마 룰’이다. 이는 국회법상 국회회의방해죄나 공직선거법상 매수및이해유도죄 사범에 대해 특별히 자격정지 10년을 병과하는 것과 같은 취지이다. ‘1회 불출마 룰’은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김 전 지사 사면에 복권까지 요구하는 것이나, 김 전 지사가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 등은 선거사범 사면의 관례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사면제도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는 격동의 세월을 겪었으며, 수많은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 가운데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도 여러 차례 단행됐지만 과연 사면으로 대통합이 달성된 경우가 얼마나 됐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수많은 사람을 사면하는 가운데 측근 사면이나 정치적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의혹을 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김경수 사면’ 논란에 대해 국민이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유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 용어 설명

‘사면’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음. 일반사면은 특정 범죄의 해당자 전체를 사면하는 것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함.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개개인에 대해 사면하는 것으로 국회 동의가 불필요.

‘드루킹 사건’은 드루킹(김동원) 일당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인터넷 기사 댓글 조작·타 후보 비방 등 여론 조작을 벌인 사건. 文 측근 김경수가 이에 관여해 법원에서 실형 확정돼 복역 중.

■ 세줄 요약

법치와 사면의 딜레마 : 사법 절차로 유죄 확정된 범법자에 대한 사면은 자칫 법치 훼손 우려 있어. 그럼에도 사면제도가 인정되는 것은 국익을 위해 예외를 인정할 필요성 때문. 이것이 법치와 사면의 딜레마임.

‘김경수 사면’ 올바른가 : 대통령 사면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려면 국익에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범죄 재발 방지 장치가 있어야 하며, 국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함. ‘김경수 사면’은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음.

복권과 ‘1회 불출마 룰’: 사면권 오남용이나 정치적 거래에 의한 사면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무너뜨릴 수 있어. ‘김경수 복권’ 또한 ‘사면 후 1회 불출마 룰’을 깨트릴 수 있는 것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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