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정보 없는 신축빌라 비싸게 세놓고 … “보증보험 가입” 안심시킨 뒤 잠적[Who, What, Why]

  • 문화일보
  • 입력 2022-12-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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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What - ‘빌라왕’ ‘건축왕’ 전세사기 어떻게 가능했나

1139채 무자본 갭투자 ‘빌라왕’
명의만 넘겨받은 ‘바지 임대인’
HUG 블랙리스트도 유명무실

2700채 임대 사기 인천‘건축왕’
공인중개사와 짜고‘바지’내세워
보증금으로 주택 짓고 담보대출

올 HUG 보증사고 1조 넘을듯
‘빌라왕’보다 악질 7명 더 있어
사회초년생·타지역 임차인 피해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 등 주택 1139채를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여 임대사업을 벌인 ‘빌라왕’ 김모 씨가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하면서 김 씨의 정체와 전세 사기 방식 등에 대한 관심이 크다.

김 씨의 전세 사기 수법은 건축주와 브로커 등이 짜고 매매와 전세 시세 정보가 없는 빌라와 다세대를 신축 또는 매입해 시세(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고 매매와 전세 차액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특히, 이들은 소위 ‘바지사장’을 만들어 일정 수익을 나눠 주고 명의를 넘기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경찰 수사 등에 따르면 김 씨 역시 전세 사기에 이용된 바지사장이었다. 김 씨가 전세 사기에 눈을 뜬 것은 부동산 중개 보조원으로 일하던 시절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당시 한 부동산 업자에게 빌라 40채의 명의 대여자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전세 계약을 할 때 보증보험·반환보증보험 가입을 100% 약속 또는 임대차 계약서 특약에 조항을 넣고 계약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이미 보증사에서는 임대인이 악성 임대인 명단(블랙리스트)에 등재됐거나 연락이 일절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빌라나 다세대 주택 등은 한국부동산원 등 시세조사기관에서 시세를 제공하지 않아 사회 초년생이나 지역 사정에 밝지 못한 임차인들은 적정 시세를 판단하기 어렵고, 사기 집단들은 이런 점을 악용한다.

이미 알려진 사례들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악성 임대인 등을 고려하면 제2, 제3의 빌라왕은 언제든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2700채의 주택을 직접 지은 뒤 바지 임대사업자를 내세운 ‘건축왕’이 등장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로 알려진 건축왕의 경우는 공인중개사 등과 함께 세입자들을 속이며 전세 사기를 작정한 사례로 꼽힌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창문에 피해 구제 촉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건축왕은 주택이 준공되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주택담보 대출을 받는 동시에 전세 세입자를 들여 확보한 보증금으로 새로운 주택을 지어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지은 주택 2700채를 다른 임대업자들의 명의로 임대를 돌렸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집주인 자금 상황을 사전에 알 수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전세 사기 우려가 큰 임대인이 많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상위 30명이 낸 보증사고는 3630건, 금액은 7584억 원에 달한다. 빌라왕 김 씨의 경우 명단 상위 8위에 등재됐다. 김 씨보다 악질인 집주인이 7명이나 더 있다는 얘기다.

김 씨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김 씨 사망 1년 전에 이미 정모 씨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김 씨가 첫 사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김 씨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세종시 국토교통부 인근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는 송모 씨(60채)와 정모 씨(240채) 등 임대인이 사망해 전세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참석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최근 들어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며 관련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HUG에 따르면 보증사고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5790억 원에서 올해는 11월 기준 9854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했다. 연말까지 지난해의 2배인 1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블랙리스트 명단 상위 임대인 중 보증금을 가장 많이 돌려주지 않은 사람은 박모 씨로 293건 계약에서 646억 원을 미지급했다. 빌라왕 김 씨보다 상위에 있는 나머지 7명도 각각 380억 원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임차인의 재산손실과 주거불안을 초래하는 전세 사기 피해가 지속 증가하자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우선 임차인에게 폭넓은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자가진단 안심전세’(가칭) 앱을 구축해 배포할 계획이다. 앱에서는 아울러 임차인의 법적 권리를 강화하고 피해 보상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전세 사기 단속·처벌도 강화한다. 국토부와 경찰청 간 칸막이 없는 공조를 통해 범정부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분기별 자료제공, 단속·수사 진행방식 논의 등 특별단속 종료 이후에도 상시적 공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 씨 사건과 관련해서 국토부는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해 상황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토부와 HUG 등에 아무리 문의를 해도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받을 뿐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다”며 “대표단 등 피해자와 활발히 소통하고 요청사항에 대해선 중간 현황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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