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인플루언서’ 검거… ‘피자박스’가 결정적 단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루마니아에서 인신매매 및 강간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된 전직 킥복서 앤드류 테이트가 체포 전 트위터에 올렸던 영상의 한 장면. 피자 박스에 새겨진 가게 이름으로 테이트의 소재지가 경찰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인터넷상에서 거론되고 있다. 트위터 계정 캡처

킥복서 출신 ‘앤드류 테이트 검거’ 사건에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툰베리와의 트윗 등
우연적 과정 거론되면서 SNS서 ‘와글와글’

피자 박스 검거 단서설에 외신들 “아닌 듯”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로 삭제 계정 복원, 툰베리와 트윗 설전 벌이다 위치 노출’

30일 국내외의 트위터 등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회자된 킥복서 출신 미국계 영국인 앤드류 테이트(36)의 검거 과정 시나리오는 대강 이런 개요다. 테이트는 온라인상에서 여성 혐오주의 발언으로 악명이 높았던 인플루언서였다.

그가 전기차업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로 잘 알려진 그레타 툰베리와 주고 받은 트윗 등의 연쇄적 ‘나비 효과’ 끝에 인신매매와 강간 혐의 등으로 루마니아에서 체포됐다는 스토리가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에서 테이트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고 거론되는 ‘피자 박스 단서’설은 현지에서도 확인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명 높은 ‘인플루언서’의 검거 = 루마니아 신문 리베르타테아를 인용한 영국 BBC 및 뉴스위크 등 유럽과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테이트는 2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의 고급빌라 자택에서 동생 트리스탄(34) 등 다른 3명과 함께 체포됐다. 영국인인 테이트와 트리스탄 외에 다른 2명은 루마니아인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루마니아 경찰 조직범죄·테러수사국(DIICOT)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검거된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은 언급하지 않은 채 “5곳의 집을 급습했다”고만 밝혔다.

루마니아 현지 경찰은 여성 인신매매와 강간 혐의 등을 적용해 이들을 조사 중이었다. 경찰은 테이트 형제가 루마니아인들과 공모해 부쿠레슈티 인근에 있는 빌라로 여성들을 유인한 뒤, 이들을 신체적·정신적으로 압박해 포르노 영상을 찍도록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또 경찰은 피해 여성 중 최소한 1명은 두 차례 강간을 당했다고 밝혔다. 붙잡혀 있던 여성 6명도 구조됐으며, 테이트 형제는 최소 24시간 구금될 것이라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들은 루마니아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도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루마니아 경찰은 지난 3월에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범죄 행위를 적발하고 4월 테이트를 조사했으나, 그는 장난으로 비디오를 찍은 것이라고 주장해 풀려났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로이터·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머스크와 툰베리가 검거에 일조? = 이 같은 테이트의 검거 과정에서 머스크와 툰베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그의 검거가 ‘트위터’와 연관됐다는 온라인상의 관측 때문이다. 테이트의 트위터 계정은 앞서 지난 2017년 여성혐오, 증오범죄 조장 등의 이유로 삭제됐으나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복구됐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계정이 복구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후 테이트는 검거에 바로 앞서 툰베리와 트윗으로 설전을 주고 받았다. 지난 27일 테이트는 자신의 차량들을 자랑하며 차량들이 배출하는 배기가스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겠다는 트윗을 올리고 툰베리에게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는 조롱을 달았다. 이에 툰베리는 다음 날 조롱을 맞받아치듯이 “나를 일깨워달라”며 역시 조롱조로 꾸며진 가짜 이메일 주소를 트위터에 적었다.

툰베리에게 일격을 당한 테이트는 29일 다시 트위터에 2분짜리 발언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서 한 피자 가게의 상호가 담긴 박스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공교롭게도 해당 동영상 게시 이후 테이트가 현지 경찰에 체포됐기 때문에 SNS 이용자들은 피자 박스를 단서로 경찰이 테이트의 소재지를 파악해 검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신매매와 성범죄 관련 혐의로 루마니아 경찰에 체포된 전직 킥복서 앤드류 테이트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신의 고급 차량을 자랑하며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조롱하듯 올린 트윗(왼쪽). 이에 28일 툰베리도 테이트의 조롱을 받아치듯 올린 트윗(오른쪽). 트위터 캡처

◇‘피자 박스’가 결정적 단서? 외신들 “아닌 듯” =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접한 외신들은 테이트 검거 소식을 전하면서도 ‘피자 박스 검거 단서’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하고 있다. BBC는 인터넷판 보도에서 “툰베리를 겨냥한 테이트의 동영상을 통해 경찰이 그의 위치를 파악했다는 루머가 인터넷에 휘몰아치고 있다”면서도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툰베리도 ‘피자 박스’ 루머를 접한 듯이 테이터 검거 후 트위터에 “이것(검거)이 피자 박스를 재활용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스위크도 “피자 박스가 정말로 테이트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루마니아 당국에 도움을 준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며 “DIICOT에 추가적인 정보를 위해 연락을 취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뉴스위크는 아직 DIICOT의 입장을 회신 받지 못한 듯, 구체적인 DIICOT의 답변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 닷’(Daily Dot)의 미카엘 탈렌 기자는 “피자 박스 때문에 테이트 위치가 탐지됐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며 “툰베리와 트윗을 주고 받기 며칠 전에 테이트는 루마니아에 머물고 있다는 언급한도 바 있고, 루마니아 언론은 경찰이 테이트 위치 파악에 단순히 SNS 게시물을 이용했다고만 보도했다”고 트위터에서 언급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