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은 환경 투자·축적… 지금은 수확·미래 대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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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05 08:55
업데이트 2023-01-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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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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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흥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기술원 본원 집무실에서 환경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원의 조직·시스템 개편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최흥진 원장

2026년엔 폐플라스틱 10%를
재생유 생산 활용할 수 있게돼
휘발유차 162만대 줄이는 효과

개도국 환경산업 年6~7% 성장
중동 해수 담수화 ·호주 태양광
첨단·보편 기술 맞춤형 전략 등
국내기업 녹색 수출 적극 지원


“올해 환경산업 분야에 빅뱅이 옵니다.”

전 세계가 녹색 생태계로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우리나라의 환경산업도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았다. 우리나라 환경산업의 진출 지역이 확대·다변화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에 요구되는 환경 규제 기준이 높아지는 등 안팎의 도전적 과제도 거세다. 지난해에는 국내 환경 연구·개발(R&D)이 태동한 지 30주년을 맞으면서 향후 30년의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질적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 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20조 원의 녹색산업 수출을 이룰 것”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환경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해온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최흥진 원장을 지난 2일 서울 은평구 진흥로 기술원에서 만났다. 최 원장은 “지난 30년이 투자와 축적의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수확과 미래 대비의 시간”이라며 “올해 기술원에서만 지난해보다 약 8배 늘어난 11조 원 규모의 해외 사업 수주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원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환경 관련 창업부터 기술 개발, 사업화, 실증연구를 돕고 관련 기업이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전주기 지원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기술원의 지렛대 기능으로 이룬 지난해 국내 환경 기업의 해외 수출 실적은 1조7000억 원, 국내 환경 관련 총 수출액(8조3600억 원)의 약 20% 수준이다. 최 원장은 “올해부터 그린수소(중동·호주), 해수담수화(중동·인도네시아), 바이오발전(동남아), 스마트 상하수도(아시아), 수력발전(아시아) 등 대규모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로 수출 주력 사업을 개편한다”며 “유망 사업별 진출 목표 국가를 설정하고 고위급 수주지원단을 파견해 중요한 나라에 빨리 수출지원이 들어가게 절차를 효율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가별로 마스터플랜을 짠 후 선정된 사업에 대해 추가로 타당성 조사를 벌이는 등 중복되는 절차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평가가 있었다”면서 올해는 이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원은 이와 관련해 오만 등 중동지역에 5조 원 이상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설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서 호주 퀸즐랜드주 등 태양광 발전소 건립에도 타당성 조사를 지원해 내년 초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오만 그린수소 사업이 수주에 성공한다면 국내 컨소시엄이 해외 그린수소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정부의 ‘수소 선도국가’ 비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첫 사례가 된다. 지난 2020년 기술원의 지원하에 이뤄진 국내 건설기업의 폴란드 최대 바르샤바 친환경 폐기물 소각로 수주에 이어 올해 추가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기술원은 이외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의 매립가스 발전 민간투자사업에 환경부와 함께 고위급 수주지원단을 파견하는 등 국외 탄소배출권 확보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의 환경 경쟁력이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경험과 중소강국이라는 전략적 위치 덕분이다. 최 원장은 “한국은 보편기술(low tech)부터 첨단기술(high tech)까지 모두 갖추고 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면 바로 수출 및 AS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등에는 맞춤형 고가의 첨단기술을, 개도국에는 운영 노하우가 있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보편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도국에는 점차 확대 중인 녹색 공적개발원조(그린 ODA)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정부는 올해 규모를 전년도 대비 3배 확대해 124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환경산업 규모는 약 1조3421억 달러(미국의 환경컨설팅 기관 EBI 보고서)이지만, 우리나라는 2% 수준인 100조 원 정도를 차지한다. 최 원장은 “이 중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환경산업이 향후 연 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이 적극적으로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가 자원 고갈과 넘쳐나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순환경제로 나아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폐기물을 활용한 석유화학과 배터리 분야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중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재생유를 만드는 기술은 소각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30% 줄어든다는 것을 실증해 실용화까지 성공한 상태다. 최 원장은 “2026년이면 폐플라스틱의 10% 정도인 연간 90만t을 재생유 생산에 활용하고 이를 통해 연 243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는 휘발유차를 162만 대 전기차로 교체한 것과 동일한 효과로, 현재까지 등록된 전기차가 26만 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수년 내 물량이 쏟아질 전기차 등의 이차전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환경 기업들을 둘러싼 도전과 과제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 각종 환경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당장 기업들의 걱정거리다. 유럽연합(EU)으로 수입되는 일부 제품에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올해 시범 시행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EU의 ESG 공시 의무화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최 원장은 “국외에서 만들어진 제품까지도 환경영향을 평가해 규제하겠다는 미국과 EU의 움직임은 일차적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자국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면서 “개별 기업 차원을 뛰어넘은 글로벌 환경 규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원에서 올해 50명 규모의 ESG 인프라 지원단을 신설해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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