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대신 도시락 배달 봉사[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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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최민규(33)·김도경(여·30) 부부

6년 전 어느 추운 겨울,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신청한 무역수업 강의실에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서로 힐끗힐끗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불편했던 저(민규)는 마침 가까이 앉아있던 두 학생에게 점심을 제안했습니다. 어색함 때문에 만든 자리였는데, 이상하게도 도경이와의 대화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이것이 전공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이상형도 다른 저희 커플이 탄생한 계기였습니다. 각자 성격도 다르고 호불호가 명확한데 큰 싸움 한번 없이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자연스레 결혼을 결심하게 되더군요.

도경이는 제게 특별한 의미를 담아 새 출발을 해보자며, 결혼식과 신혼여행 대신 봉사활동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봉사하면 현재 우리가 결실을 보는 데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순간, 도경이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주변 분께는 어떻게 인사드려야 할지,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하고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도경이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결국 저희는 특별한 새 출발을 결심했습니다.

저희가 했던 봉사는 스스로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어르신들께 도시락을 포장해 찾아뵙고 따뜻한 한 끼를 전달하는 일이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반갑게 맞아주시며 고마워해 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점점 더 진심으로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도시락을 포장할 때도 더 주의하게 되고, 안부확인을 하지 못한 집은 더 걱정됐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의 경우에는 집 안까지 들어가 한 번 더 살펴보는 저희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애 첫 자발적 봉사활동을 하면서 ‘감사’와 ‘함께’라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혼자라면 쉽지 않았을 일을 도경이와 함께라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 마음 오래도록 간직하며 사랑하는 아내 도경이와 함께 잘살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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