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계란, 그리고 코로나19[차이나인사이드]

  • 문화일보
  • 입력 2023-01-07 19:14
  • 업데이트 2023-01-0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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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유명 논객 감염병 전문가 ‘저격’ 후 계정폐쇄

의료 논란에서 ‘표현의 자유’ 및 ‘정적 탄압’ 논란으로 확대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송나라 진종(眞宗)이 죽던 건흥 원년(1022년), 목주(睦州)의 장(張) 압사의 세 살배기 아들 아문(阿文)이 몰래 계란을 먹다 목에 걸려 죽었다. 장 씨 부부가 통곡하던 그 날 꿈에 아들이 나타나더니 “저는 전생에 무능한 의원이었기 때문에 이제 지옥에서 죄 값을 받는 것이니, 두 분은 크게 슬퍼하지 말아 주십시오. 천 년간 이곳에서 죄를 씻고 환생해 의사로 굉장한 이름(宏名)을 떨칠 것입니다. 저를 위해 하루에 계란 두 개를 드셔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부부가 곧 이를 듣고 평안해졌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쿵칭둥(왼쪽) 중국 베이징대 교수와 최근 그가 비판한 장원훙 중국 푸단대 교수



‘막말 논객’으로 유명한 쿵칭둥(孔慶東) 중국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24일 자신의 SNS 웨이보(微博)에 이 같은 글을 게재했다. 쿵 교수는 해당 ‘고사’이 의도도 출처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전문가로 알려진 장원훙(張文宏) 푸단(復旦)대 교수를 겨냥한 창작이라고 해석했다. 고사 속 아들이 다시 태어나겠다는 천 년 뒤는 글을 쓴 2022년이고, ‘의사로 굉장한 이름을 날릴 장아문’은 결국 장 교수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가 코로나19 예방법 중 하나로 “하루에 계란 두 개를 섭취하라”고 권고한 것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단백질이 많은 계란은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 의료 인프라 확충 등 근본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이 같은 발언에만 머무르는 보건당국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고 많은 사람들은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에 비판적이던 인사나 대외 매체나 등에게 ‘막말’을 퍼붓던 쿵 교수의 이같은 발언은 당국의 무능력한 코로나19 대응을 비꼬아 시원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떻게든 코로나19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비꼬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는 반응도 많다. 쿵 교수 외에도 쓰마난(司馬南) 등 많은 중국 논객들은 아직 혼돈이 계속되고 있는 방역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중국 보건 당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춘제를 앞둔 7일 중국 베이징의 한 기차역에서 방역복 차림의 한 승객이 여행용 가방을 든 채 역사 내로 들어오고 있다. 중국은 춘제 기간동안 본격적인 코로나19 확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화제가 된 이 글은 6일 쿵 교수의 웨이보 계정이 ‘영구 폐쇄’ 조치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웨이보 측은 “전염병 앞에서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과 열성적인 네티즌들은 전문적인 지식과 권위 있는 예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전염병 예방을 도울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은 각자의 견해와 입장이 있으며, 관점에 따라 폭언을 하거나 인신 공격 및 극단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계정의 폐쇄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그동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적’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를 지지했고, 시 주석 초창기 탄압받았던 쿵 교수를 단속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쿵 교수 외에도 정부를 비판한 논객이 많았지만, 그 가운데 쿵 교수의 계정만이 정지된 데 대해 쿵 교수의 ‘전력’이 당국에 밉보였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안이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1인 체제’를 굳건히 한 중국 정계에서 새로운 반대파들의 태동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그동안 중국 국민들의 ‘정부 신뢰’가 큰 타격을 받았고, 한동안 없을 것 같던 시 주석의 반대세력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현재 상황이 ‘안정세’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제대로 된 환자 통계조차 발표하지 않는 당국의 방역정책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제와 방역은 물론 사회적인 불만까지 커지는 가운데 ‘시진핑 3기’의 고민과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