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부진… 올 연간 경상수지 15년 만에 적자 우려

■ 11월 경상수지 또 ‘마이너스’

무역수지 작년 ‘-472억 달러’
화공품·철강수출 쪼그라들고
수입은 1년 전보다 0.6% 증가

‘쌍둥이 적자’ 땐 신인도 하락
“수출경쟁력 강화가 유일해법”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연간 경상수지가 정부 전망치(210억 달러 흑자)와 달리 1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맞물린 반도체 및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 재정 및 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본연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경제계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경상수지는 243억7000만 달러(약 30조2992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경상수지가 2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연간 전체로 보면 적자를 면한 것으로 보이지만, 1∼11월 흑자 폭만 보면 전년 동기(822억4000만 달러)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3년 연간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핵심인 수출 및 무역수지가 상당 기간 어려울 전망이어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경상수지보다 먼저 통계치가 발표된 무역수지의 경우 지난해 연간 47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지속할 전망이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부문과 대(對)중국 수출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에너지 국제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은 증가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9월 23개월 만에 처음 전년 동월 대비 감소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뒷걸음쳤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특히 반도체(통관 기준 -28.6%), 화공품(-16.0%), 철강제품(-11.3%)이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중국(-25.5%), 동남아(-20.7%), 일본(-17.8%)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반면, 수입(538억8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0.6%(3억2000만 달러) 늘어 23개월 증가세를 이어갔다. 원자재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했다. 원자재 중 가스, 석탄, 원유 수입액(통관 기준) 증가율은 각 44.8%, 9.1%, 21.8%에 이르렀다. 자본재 수입도 0.4% 늘었고 승용차(64.0%), 곡물(25.2%) 등 소비재 수입도 0.7% 증가했다.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 강화가 유일한 해법으로 제기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하면 대외신인도가 악화하고,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라며 “경상수지의 핵심인 상품수지 개선을 위해 첨단산업뿐 아니라 수출산업 전체의 고부가가치화를 돕고 해외 시장 개척을 지원해 국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