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구례군 ‘성삼재 도로’ 차량통제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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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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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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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해맞이 명소 가운데 한 곳이 지리산 노고단입니다. 깊은 산중에서 첩첩한 능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마중하는 감격을 맛보려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지리산 노고단을 찾는 산행객들이 적잖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새해 일출을 보러 노고단에 갈 수 없었습니다. 성삼재 가는 길이 겨우내 쇠사슬과 자물쇠로 완전히 통제됐기 때문입니다.

노고단에 가려면 주차장이 있는 성삼재까지 차로 가서 거기서부터 걷는 게 보통입니다. 지리산 종주의 출발도 대개 성삼재에서 시작합니다. 화엄사나 산동면 당동마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만, 코스가 워낙 길고 경사까지 가팔라 ‘산꾼’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성삼재 가는 길을 닫았다는 건, 노고단 가는 길을 닫은 것이고, 지리산 설산 종주 코스를 닫은 셈입니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구례군은 군도 12호선(일명 성삼재 도로)을 전면통제했습니다만, 안내간판을 세워 통제 고지만 했을 뿐 사륜구동 차나 체인을 장착한 차량 등의 통행을 막아서지는 않았습니다.

통제 표지판은 ‘위험을 고지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정도의 경고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지난해 12월 1일부터 구례군은 돌연 도로에 쇠사슬과 자물쇠를 채워놓고는 차량통행을 전면통제하고 있습니다. 통제와 함께 도로 제설작업도 중단했습니다. 얼음판이 돼버린 도로는 이제는 자물쇠가 없다 해도 갈 수 없게 된 상황입니다. 구례군이 통제 이유로 내세우는 건 ‘도로 결빙으로 차량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은 왜 통제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민원이 쏟아지면 그걸 빌미로 케이블카 건설의 명분을 쌓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심증이 가는 건 그래서입니다.

도로 통제로 날벼락을 맞은 건 시암재 휴게소와 성삼재 휴게소 임차 상인들입니다. 지리산온천 인근 숙소나 산행객을 실어나르던 택시기사 등 관광객 상대 영업을 하는 주민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구례군이 주민이나 상인과의 사전 협의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천신만고 끝에 빠져나온 지역 관광 업계를 지원해도 모자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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