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수술 앞뒀지만 결혼식[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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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이웅(34)·문수빈(여·28) 부부

스무 살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미리 학부 연구생으로 연구실에 들어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조교님께 여쭤봤어요. 연구실 괜찮냐고요. 그때 조교님이 지나가던 대학원생을 불러 대신 물어봐 줬고, 대답은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요. 오지 마세요”였어요. 하지만 저는 연구실에 들어갔고 그때 그 대학원생이 제 남편이 됐습니다.

제가 연구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여자 선배가 사수였는데, 그분이 곧 연구실을 떠났어요. 새로운 사수는 바로 남편이었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자기 일을 열심히, 잘하는 사람이 이상형이었어요. 남편이 모니터 2∼3개를 쓰면서 열심히 코딩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선후배로 지내면서 많은 대화를 하다 보니 점점 호감이 커졌고, 2016년 7월 남편이 제가 살던 집 근처 놀이터에서 고백한 뒤 사귀었어요. 사실 저는 사귀기 전부터 남편과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대화하면서 가치관이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저희는 3년 연애 끝에 2019년 3월 결혼했어요. 원래는 2020년 결혼할 계획이었지만 남편이 갑작스럽게 군에 입대해야 했고, 저는 갑상샘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둘 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어요. 결혼을 미룰 수도 있었죠. 하지만 어차피 결혼할 것이라면 미루는 것보다 당겨서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어요. 서로에게 의지할 힘이 더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부부가 된 지 4년이 흘렀습니다.

지난해에는 슬픈 일이 있었어요. 결혼 3년 만에 찾아온 아기 천사를 배 속에서 아주 작을 때 하늘나라로 보내줘야 했어요. 너무나 기다리던 존재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 옆에 있는 남편이 늘 한결같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제 마음도 건강하게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남편이 옆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