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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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16 11:35
업데이트 2023-01-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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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삼 충북대 명예교수

일영원구(日影圓球·사진)는 과학적으로 정교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구형(球形)의 휴대용 해시계다. 지름 11.2㎝의 작은 원구(圓球)는 위아래 2개의 반구(半球)로 각각 분리돼 있다. 상부는 고정돼 있고 표면에 12시진(時辰)의 시간과 96개의 각(刻·현행 15분)으로 등분된 눈금들이 표기돼 있다. 밑의 반구에는 내부의 회전축과 연결돼 함께 회전할 수 있는 T자 형태의 영침(影針)이 세로로 길고 좁게 파인 틈새 밖으로 돌출돼 있다.

이 영침의 그림자는 태양을 향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영침을 회전시킬 때 태양과 일직선이 되면 반구 틈새 속으로 사라지고, 일부 그림자는 고정된 위쪽 반구 면에 표기된 시간 눈금에 나타난 그림자를 보고 시간을 측정한다. 이처럼 그림자를 보는 아날로그식 시계 기능 이외에도 영침을 돌릴 때 원구 안에 12지 시패(時牌)가 함께 회전하면서 둥근 구멍의 시보창(時報窓)을 통해 디지털 시계처럼 시간마다 시패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시보(時報) 장치는 국보 자격루와 1만 원권 속 자명종 혼천시계와 같은 조선 기계시계의 전통적인 형태다.

일영원구는 어느 지역에서나 설치하기 쉽도록 받침판 기둥에 다림줄과 위도 조정 장치가 있다. 남반구에서는 회전축의 위아래를 뒤집어 남극을 향해 설치해야 하므로 두 줄로 표기한 12시진 시간 중에 반대 방향으로 표기한 것을 사용한다. 특히, 받침판에 은입사 기법으로 파도와 선박 장식이 있어 먼바다를 항해할 때도 사용했으리라 짐작된다.

일영원구에는 제작 시기(고종 27년·1890)를 알 수 있는 명문(銘文)이 남아 있고, 당시 국왕의 호위를 담당한 무관 상직현(尙稷鉉·1849∼미상)의 낙관이 각인돼 역사적인 가치와 함께 예술적인 우아함을 겸비한 품격 있는 명품 해시계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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