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너무 좋았다”던 엄마…부끄럽지 않은 딸로 살아갈게요[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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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19 09:11
업데이트 2023-01-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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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송선효 여사(1937∼2022)

가난한 집의 아들이자 박봉의 공무원이셨던 아빠를 중매로 만나셨다고 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진중하고 점잖으신 성품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결혼하고 가난한 집안의 맏며느리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2남 4녀의 엄마가 되셨습니다.

손재주가 좋았던 당신께서는 양재가 재미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옷 짓기도 자주 하셨죠.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제 한복이며 잠옷은 엄마가 직접 지어주셨을 정도였지요. 제가 자랄 때만 해도 지금처럼 급식이 있지 않았죠. 엄마는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일 도시락을 싸셨고, 자식들의 먹거리를 위해 동네 슈퍼 대신 도매시장을 다니셨죠. 그렇게 억척스럽게 6남매를 키우셨습니다. 막내딸까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시키고 한시름 놨다 싶을 때였습니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계시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남편을 잃은 아픔과 공허함을 엄마는 막내딸의 딸을 키우시며 달래셨죠. 아들딸로도 모자라 그들의 아들딸까지 거절하지 않고, 힘들다는 내색도 없이 돌봐주셨습니다.

그렇게 꿋꿋이 살아가는 엄마를 하늘이 시험하듯, 더 큰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두 아들이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지요. 그렇지만 엄마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지켜야 할 손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아이들 때문에라도 엄마는 맘껏 울 수도, 쓰러질 수도 없었습니다. 엄마는 그 손주들을 에너지원으로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가셨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사랑으로 손주들은 자라나고, 어엿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아프지만 평화로운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던 2021년, 둘째 딸마저 엄마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엄마의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또 뚫렸죠. 그래도 엄마는 남은 자식들 앞에서 꿋꿋하게 웃어주셨습니다. 하지만 큰언니는 밤이면 옥상에 올라가 하늘 보며 우시는 엄마의 모습을 봤다고 얘기해줬습니다.

지난 추석이었죠. 심하게 기침하시는 엄마를 설득해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암 진단을 받으셨죠. 세상의 중심이 자식이었던 엄마는 자식들이 간병으로 고생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싫으셨는지, 100m 달리기를 하듯 급하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떠나시기 전 엄마는 “내 할 일은 다 했다. 여한도 없다”고 하셨죠.

남은 자식들의 마음에야 왜 여한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엄마는 아빠, 오빠들, 둘째 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었겠지요.

저는 엄마가 입원하셨었던 병원을 지나갈 때마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립니다. 무심코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했다가 ‘아, 안 계시지’ 정신을 차립니다. 이젠 엄마의 목소리도 녹음된 것이 아니면 들을 수가 없게 됐네요.

다시 명절이 돌아옵니다. 설날에는 한복을 입어야 한다며 “아무렇게나 밉게 입고 세배할 거면 그 절 안 받을란다” 하시던 것이 떠오릅니다. 함께 장을 볼 때도, 병원에 갈 때도, 자잘한 골칫거리를 해결해 줄 때도 “너 같은 딸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해주시던 것도 생생합니다. 이번 설에는 한복 곱게 차려입고 세배드릴 엄마가 안 계시네요. 대신 엄마와 아빠가 잠들어 계신 곳에 찾아가야 하네요.

지금이라도 친정에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엄마. 언제나 엄마의 모든 삶을 존경했습니다.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로 살아가겠습니다.

엄마,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홍혜정

2023년 1월 막내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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