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수단 그 이상’ 일의 의미를 곱씹다[북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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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0 08:28
업데이트 2023-01-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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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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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팀장의 북레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2년가량 흘렀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가도 가끔 ‘일이란 무엇인가’ 자문해보곤 합니다. 때로 스트레스를 안겨도 ‘나’를 아끼고 사랑할 바탕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취향이나 취미만큼 한 사람을 잘 드러내는 게 일과 직업인지 모릅니다.

데이비드 A 스펜서 영국 리즈대 정치경제학과 교수가 쓴 ‘메이킹 라이트 워크’(생각의창)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진지하게 들여다본 연구서입니다. 저자는 일을 ‘힘들고 성가시기만 한 것’으로 보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복권에 당첨돼 어마어마한 돈을 손에 넣고도 힘든 배관공 일을 이어간 어느 스코틀랜드인을 언급하며 “일은 단순한 생계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우리가 너무 많은 일에 시달리느라 일의 소중함을 곱씹을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철저히 해외 사례 중심의 책이지만, 연간 근로시간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에게 특히 와 닿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일을 더 사랑하고 잘해내려면 ‘양은 줄이고 질은 높이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일주일에 80∼90시간은 일해야 한다”는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주장에 경악하며 주 4일제 도입을 통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람’과 ‘일자리가 없어 힘든 사람’에게 적절히 일을 분배해야 한다는 구체적 제안을 내놓습니다.

물론 다소 이상적인 저자의 주장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분야마다 여건이 다른 탓에 국내에선 ‘주당 52시간 근로’ 제한을 놓고도 수많은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일에만 집중하지 않는 삶’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희미해지는 건 아닙니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조차 잠시 일에서 벗어나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무조건 많이 하는 게 능사’라고 믿는 이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책은 ‘사회의 진보란 노동시간은 단축되고 여가는 확장되는 것’이라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을 인용하는데, 여기엔 여가를 통해 노동을 더 사랑할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에 대한 낙관’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곧 나흘간의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충분한 휴식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시길. 우리를 더 활기차고 의미 있는 존재로 이끌 일의 기쁨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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