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과줄

  • 문화일보
  • 입력 2023-01-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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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되면 한과 선물이 많이 오간다. ‘한과’라 하면 당연히 우리의 과자이고 한자로는 ‘韓菓’라고 써야 할 것 같지만 사전에는 중국의 과자를 뜻하는 ‘漢菓’만 올라 있다. 한과의 뜻과 범위도 모호해서 요즘 사람들은 한과라 하면 찹쌀 반죽을 기름에 튀겨 부풀린 후 조청을 발라 튀밥을 붙여 만든 것을 떠올린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산자 혹은 유밀과라 하는 한과의 일종이니 정확한 연상은 아니다.

여기에 흔히 약과라고 부르는 ‘과줄’까지 끼어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과줄은 17, 18세기 문헌에는 ‘과즐’로 표기되었다. 그런데 ‘과즐’의 ‘즐’은 우리말에 흔한 소리는 아니어서 어색함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과즐’은 19세기 문헌부터 ‘과줄’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과즐’이든 ‘과줄’이든 도대체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과자(菓子)’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은 여전하다.

과줄은 아무래도 과자의 중국어식 발음과 관련지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어식 발음대로라면 ‘궈쯔’나 ‘궈찌’가 돼야 한다. 채소 ‘가지(茄子)’를 중국어식 발음대로 하려면 ‘체쯔’ 정도가 돼야 하는데 첫 글자는 한국 한자음대로 읽고 다음 글자는 중국 한자음 ‘쯔’를 우리 마음대로 ‘지’로 읽는 것을 고려하면 ‘과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중국어에도 없는 ‘ㄹ’이 어디서 뜬금없이 나타난 것일까?

유력한 해결책 중 하나는 중국의 베이징(北京) 지역어에 많이 나타나는 ‘얼화(얼化)’이다. 쉽게 말하자면 중국어 단어 뒤에 ‘ㄹ’을 붙이는 것인데, 이것을 적용하면 ‘궈쯔’가 ‘궈절’ 비슷하게 발음되니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과자란 말을 쓰지만 중국에서는 쓰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얼화의 시기도 문제이다. 아니 더 큰 문제는 ‘과줄’을 아는 이나 먹는 이가 점점 줄어든다는 데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과줄의 기원을 찾아갈 필요조차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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