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춘화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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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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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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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던 ‘리틀 후’ 후춘화 기사회생

‘대이란’ 외교 성과 보상 가능성 제기



지난 18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오는 3월 양회(兩會)를 앞두고 신임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명단에는 당초 정협 주석이 유력했던 왕후닝(王 호寧)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이름과 함께 후춘화(胡春華) 부총리의 이름도 있었다. 중국 정계에선 후 부총리가 정협 부주석을 맡아 정치 커리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후 부총리는 한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차기 대권’으로 거론됐지만, 지난해 10월 공산당 20대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커녕 24인의 중앙정치국 위원도 되지 못해 그대로 은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이번 명단에 후 부총리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그동안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거하며 강력한 1인 체제를 구축했던 시 주석이 후 부총리에게 미약하지만 기회를 주고 ‘재기’의 여지를 준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후춘화

일각에서는 그가 최근 이란을 찾아 시 주석의 외교 활동을 ‘해명’한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던 시 주석은 걸프협력위원회(GCC)와 중국의 공동성명에서 "걸프 해역 아부무사, 톤베쿠착, 톤베보조르그 3개 섬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호르무스 해협의 중앙에 위치한 이 3개 섬은 현재 이란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UAE가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는 영토분쟁 지역이다. 페르시아만 항만 교통의 핵심인 호르무스 해협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섬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적 이권과 지정학적 갈등이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성명에는 이란의 핵무장을 견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34조 원 규모의 투자협정을 체결한 뒤 받아들인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이란과 우호 관계를 다지면서 국제무대에서 공조해온 중국의 행보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란은 2021년 중국과 합동군사훈련까지 하며 대미국 전략에서 ‘공조’를 해왔고, 중국의 위구르 무슬림 탄압에 대한 비난에도 소극적일 정도로 중국과 우호 관계를 쌓아왔다. 이란과 중국은 25년 전략적 포괄적 협정의 틀에 따라 16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양국 간 무역은 연말까지 300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교역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시 주석이 이 같은 발언을 내놓자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정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후 부총리가 이틀 뒤 이란을 찾은 데 대해 중국 당국은 ‘기존 업무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이란을 찾았던 후 부총리는 "이란의 국가주권, 영토보전, 국가 존엄성을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란 내 강한 반감을 후 부총리가 얼마나 누그러뜨렸는지 공개된 바는 없지만 관련 업계에선 이번 인사로 그의 활동이 성공적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살만 빈 압델아지즈 국왕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통신 캡처

후 부총리에 대한 인사가 사전에 계획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이번 이란 문제의 ‘논공행상’으로 이뤄졌다면 시 주석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강력한 ‘1인 체제’를 구축하면서 자신의 측근들을 제외한 대부분 인사들을 요직에서 내몰았던 시 주석 입장에선 잠재적 반대파를 일부나마 남기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3연임 체제 구축 이후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등으로 첫 위기를 맞은 시 주석 입장에선 후 부총리의 정협 부주석직이 계속 신경 쓰일 수 있다.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중국에 39조 원 규모의 투자 협정과 함께 외교적 문제에 대한 교훈도 일부 남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중국 뿐 아니라 외교적 문제를 처리하는 많은 국가들도 똑같이 유념해야 할 문제다.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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