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우아하게 ‘프렌치 시크’의 정석[Premium Life]

  • 문화일보
  • 입력 2023-01-25 09:01
  • 업데이트 2023-01-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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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롱샴 ‘2023 봄·여름 컬렉션’에서 모델이 강렬한 레드 드레스와 화사한 컬러의 박스-트롯 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롱샴 제공



■ Premium Life - 75년 명성 롱샴

악어·도마뱀 가죽 담배 파이프
1948년 ‘파리 페어’에서 큰 인기

‘匠人 키우는 게 곧 브랜드 성장’
세계 어디서 만들어도 같은 품질

나일론 가방 ‘르 플리아쥬’ 대표상품
송아지 가죽 백 ‘박스 - 트롯’유명

올핸 휴양지 컬렉션 시선 끌어



1948년 5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명품 하우스들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행사 ‘파리 페어’가 열렸다. 파리 페어가 열리기 불과 세 달 전 창립한 부티크 ‘롱샴’은 이 자리에서 악어와 도마뱀 가죽으로 만든 담배 파이프, 케이스를 선보였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롱샴의 설립자인 장 카세그랭(1915∼1972)의 아들 필리프 카세그랭(1937∼2020)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아버지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고객을 직접 행사 부스에서 맞이했어요. 텔레비전이 막 보급되던 시절 전 세계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였습니다.” 대중 앞에서 선보일 제품이 많지 않았음에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발 빠르게 브랜드 알리기에 나선 장 카세그랭의 진보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롱샴의 ‘2023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아이콘인 박스-트롯 가방과 데님 소재의 볼캡, 수상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선글라스 등 액세서리가 조화를 이룬다.롱샴 제공



이후 장 카세그랭은 파리에서 유명한 가죽 장인을 여럿 섭외해 관광객을 중심으로 담배 컬렉션과 서류가방, 책상용 패드, 카드 홀더 등 다양한 액세서리 제품을 선보이며 명성을 쌓아갔다. 장 카세그랭과 그의 부인, 자녀들도 바느질이나 도금 과정을 맡으며 일을 도왔다. 롱샴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장 카세그랭은 제품을 만드는 가죽 장인들에 대한 투자가 곧 브랜드를 키우는 길이라 여겼다. 그는 롱샴을 설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중부의 작은 도시 세그레에 생산 시설인 ‘롱샴 워크숍’을 세웠다. 워크숍을 세우면서 그는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장인 정신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의 이런 목표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롱샴이 ‘장인 문화’를 이어가는 몇 안 되는 명품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롱샴이 전 세계로 명성을 뻗어 나가는 데는 ‘공항’이 큰 역할을 했다. 1950년대 초 유럽에서는 동구권을 제외하면 비교적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 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였고, 프랑스 오를리 공항은 유럽에서 가장 상징적인 곳이었다. 당시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전례 없는 규모의 건축물로 재탄생한 오를리 공항은 프랑스 명품이 세계로 도약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됐다. 이를 예측했던 장 카세그랭은 오를리 공항에 매장을 세웠고, 이곳에서 선보인 담배 컬렉션과 액세서리, 슈트 케이스 등 제품들은 전 세계인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필리프 카세그랭은 “공항에서는 모던한 스타일의 슈트 케이스를 판매했는데, 이런 제품을 판 건 롱샴이 최초였다”며 “그 어떤 가죽 상인도 오를리 공항에서 빈 슈트 케이스를 팔기 위해 임차료를 내던 사람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1972년 부친으로부터 롱샴을 물려받은 필립은 롱샴이 가죽 브랜드에서 토털 명품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데 이바지했다. 그가 1993년 디자인해 선보인 가방 ‘르 플리아쥬(Le Pliage)’가 대표적이다. 르 플리아쥬는 지금도 롱샴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제품이다. 출시 당시 가죽이 아닌 나일론 소재와 심플한 디자인으로 다른 명품 브랜드 가방과 차별화에 성공, 파리지앵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롱샴의 아이콘인 박스-트롯 가방은 심플하면서도 섬세한 멋을 뽐내 ‘프렌치 시크’의 정석으로 평가받는다. 롱샴 제공



이런 르 플리아쥬의 개성은 후속 제품에도 이어지고 있다. 롱샴의 가방 ‘박스-트롯(Box-Trot)’은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송아지 가죽, 클래식한 사각형 디자인, 넉넉한 수납 공간으로 롱샴의 간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가방 플랩에는 롱샴을 상징하는 경주마와 기수 모양을 한 옅은 골드 컬러의 메탈 소재 메달을 장식해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프렌치 시크’의 정석을 구현한 가방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설립 75주년을 맞은 롱샴은 총 80여 개국에 300개가 넘는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프랑스 서부 방데 지역에 새 생산공장을 세웠다. 장인 채용을 늘려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더 많은 나라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다. 또 프랑스 내 물류시설 면적을 3배로 늘려 물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롱샴은 프랑스 이외 나라에도 워크숍을 설립해 전 세계 어디에서 만들어도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메이드 바이 롱샴(Made by Longchamp)’ 가치 구현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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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샴은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휴양지에서 즐기는 글램핑에서 영감을 받아 직물 소재와 프린트, 스타일 간의 대담한 조화를 통해 당당한 여성상을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우아하고 절제된 디자인부터 강렬함으로 눈길을 끄는 제품까지 다양한 가죽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스테디셀러 가방인 박스-트롯은 레몬, 캔디핑크 컬러로 선보여 한층 활력을 불어넣었다. 롱샴의 경주마 로고가 새겨진 데님 소재의 볼캡과 각종 수상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선글라스는 롱샴이 지향하는 역동적이고 우아한 스타일의 룩을 완성한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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