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체포하자 조직원들 경찰과 시가전… 날로 대담해지는 카르텔[Global Focus]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 카운티 기동대가 지난해 4월 압수한 92.5파운드(약 42㎏)가량의 불법 펜타닐. AFP연합뉴스

■ Global Focus - 전세계 ‘마약과의 전쟁’ 골머리

이탈리아선 군인 100명 동원 체포작전
아일랜드 ‘큰손’은 아직 안 잡혀

전 세계는 오랜 기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제 마약 카르텔 퇴치에 힘써왔다. 하지만 막대한 로비로 정관계 인사들을 포섭하고,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마약 조직들은 공권력을 상대로 총격을 가하고 폭행을 일삼는 등 거세게 저항했다. 특히 카르텔 수장들은 조직 엄호 속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도주하거나 은신했다.

수사기법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마약 카르텔 대응도 그만큼 거칠어지면서 각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일 멕시코 북부 시날로아주 쿨리아칸 외곽 헤수스 마리아에선 때아닌 시가지 총격전이 펼쳐졌다. 멕시코 최대 마약왕으로 꼽히는 ‘엘 차포’ 호아킨 아르치발도 구스만 로에라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카르텔 조직원들이 총을 난사하며 버텼기 때문이었다. 오비디오 구스만은 아버지 엘 차포가 이끌던 ‘시날로아 카르텔’을 물려받아 실권자로 군림했고, 마약과 무기 밀매·뇌물·살인 등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왔다. 멕시코 당국은 경찰과 군, 방위대 등 무려 900명의 인력을 투입해 구스만 체포에 나섰지만, 조직원들은 불타는 차량으로 도로를 폐쇄하고 헬기와 여객기를 향해 무차별 포격을 날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체포 이후에도 총격전이 계속되며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선 1993년부터 도피 행각을 벌여온 시칠리아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 두목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가 지난 16일 30년 만에 붙잡혔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데나로는 시칠리아섬 주도 팔레르모의 한 사설 클리닉에서 검거됐는데, 그를 체포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군인이 동원됐다. 데나로는 1980년대부터 마약 사업 등으로 부를 축적했고, 이에 방해가 되는 인물은 모두 살해한 악명 높은 인물이다. 1992년 마피아 단속을 주도했던 조반니 팔코네 검사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판사를 살해한 배후로도 지목됐다.

이탈리아 경찰은 그를 체포한 이후 조력자 색출에 나섰는데, 시칠리아 트라파니 지역 캄포벨로 디 마자라에 있는 전직 마피아 조직원 소유의 한 주택에서 지하 벙커를 찾아냈다. 이 지하 벙커는 데나로의 은신처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마련됐다.

수사 당국은 “데나로가 비상 상황 시 대피용 또는 중요 서류와 돈을 보관하는 장소로 지하 벙커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아직 잡히지 않은 마약계 큰손도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다니엘 키나한이 그 주인공.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키나한은 유럽 코카인 거래의 3분의 1을 통제하고 있는 거물이다. 아일랜드 경찰은 그의 ‘마약 제국’이 약 10억 유로(약 1조3435억 원) 규모의 가치를 지녔다고 보고 있다. 미국 당국도 키나한 검거에 팔을 걷어붙였다. 키나한이 유통하는 코카인 상당수가 미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키나한과 그의 아버지, 남동생에게 각각 5억 달러(6168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