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K-콘텐츠 1등의 함정

  • 문화일보
  • 입력 2023-01-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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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장

올해에도 K-콘텐츠 인기는 계속될까.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반신반의하며 반짝인기를 말했으나 이제는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대세다. 반짝하고 사라지기엔 K-드라마, K-팝에서 시작해 웹툰으로 이어지는 K-콘텐츠 인기의 역사가 탄탄한 데다 젊어서 비틀스를 좋아한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비틀스를 듣는다는 일상적 경험도 근거의 한 축이다.

실제로 K-콘텐츠 급성장의 주요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올해 역대 최대인 28편의 한국 콘텐츠를 공개한다. 이에 미국 포천지는 “넷플릭스가 거대한 성장을 일굴 차기 지역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도 지난해 넷플릭스 가입자 중 60% 이상이 한국 작품을 1편 이상 시청했다며 앞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에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시대정신이자, 일상 깊숙이 자리한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K-팝에서 보자면 글로벌 차트 진입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한국어는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공부하는 언어가 됐고 필리핀과 브루나이 등에선 가장 많이 학습하는 외국어에 올랐다. K-콘텐츠가 잠깐 인기를 끌다 사라진 ‘라틴팝’의 반짝인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제는 오히려 ‘1등의 함정’을 생각해볼 때다. 최근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는 이 지점에서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배우 강수연의 유작으로도 관심을 끈 SF영화 ‘정이’는 공개와 함께 넷플릭스 세계 1위, 비영어권 시청시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지만 정작 작품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 개인 관객의 리뷰와 공식 비평 사이트에서 모두 혹평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아이디어로 이끌어가는 장르에 강한 많은 한국 작품처럼 과학기술이나 미래주의 같은 주제를 피상적이며 사변적인 방식으로 훑을 뿐, 진심으로 탐구하길 꺼린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특수효과는 볼 만했다는 평가와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장르물이 강세인 데다 때마침 볼 만한 경쟁작이 없었던 덕분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분명한 것은 ‘오징어 게임’ 등으로 한껏 높아진 K-콘텐츠의 명성에,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사실 자체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정이’를 보게 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작품이 언제나 명작일 수는 없다. 명작과 수작이 있으면 범작과 망작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정한 위치에 올라가기보다 그 자리를 지키기가 더 힘든 법이다. 영국, 미국을 비롯해 12개 지역에서 6억여 원을 훌쩍 넘는 선인세를 받으며 세계 시장에 진출한 이영도 작가의 말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요즘 현대인들은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하고 조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독자들의 상상력이 뛰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 특정 장르가 매력의 원천이 될 수도 없다. 중요한 건 이야기다.” 클리셰의 반복, 적당한 자기 복제가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모든 예술과 문화의 변함없는 진리다.
최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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