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부모에게 27차례에 걸쳐 금품 받은 고교 야구 감독…법원 “유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법정 내부. 연합뉴스 자료 사진

지인 경조사에 학부모 돈으로 화환 보내기도…1986만 원 추징 명령

선수 부모에게 돈 봉투를 받은 고교 야구부 감독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고교 야구부 감독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 A 씨에게서 1986만 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A 씨는 사립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일하던 2020년 2월 일본의 훈련장에서 선수 부모로부터 코치진 식사비 명목으로 30만 엔(약 330만 원)이 든 봉투를 받는 등 이듬해까지 27차례에 걸쳐 1986만 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탁금지법은 학교 교직원이 명목과 관계없이 한 사람에게서 한 번에 100만 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넘는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회계연도별 A 씨의 수수액은 2019년 330만 원, 2020년 589만 원, 2021년 1066만 원이다. 이 가운데는 선수의 부모가 A 씨 지인의 경조사에 A 씨 이름으로 보낸 화환 9개도 포함됐다.

A 씨는 재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일부 현금은 받은 사실 자체가 없고, 지인에게 화환을 보낸 것은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계자들의 증언과 진술을 종합해볼 때 A 씨가 현금을 받은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봤다. 또 지인에게 보낼 화환을 선수 부모가 대신 보내준 것이 감독의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 신뢰를 해칠 수 있는 행위라고 보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선수들의 선발과 출전 기회 부여 등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데도 야구부 선수 아버지에게서 여러 차례 금품 등을 받았고 그 규모도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