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놀이는 한풀이다...봉쇄 끝나자 신년 폭죽부터 쏘아올리는 中[박준우 특파원의 차이나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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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8 06:26
업데이트 2023-01-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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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CHINA-SHAANXI-XI'AN-FIREWORKS (CN) 21일 중국 산시성 시안의 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새해를 맞는 거대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오랜 제약 속 한맺혔던 중국인들
제한 완화 속 너도나도 ‘펑펑펑’


시안=박준우 특파원

설 하루 전인 지난 21일 밤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최대 번화가인 중러우(種樓) 인근에 수많은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나타났다. 섣달 그뭄을 맞아 주민들이 대거 폭죽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발생할 수 있을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대규모 인력이 배치된 것이다. 현장을 지키고 있던 한 경찰은 “이곳에서 폭죽놀이는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많은 주민들은 이날 번화가 한가운데로, 혹은 골목 후미진 곳에서 폭죽놀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종합운동장 인근에서 대규모 불꽃놀이가 예정돼 있었지만 시내 중심가와 골목 등에서 개별 폭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폭죽놀이는 송대의 정치가이자 문장가 왕안석(王安石)이 시 ‘원일’(元日·새해 첫날)에서 “폭죽 소리 속에 한 해가 저문다(爆竹聲中一歲除)”고 읊을 정도로 유서 깊은 전통문화. 풍요와 부귀를 불러오고 액운과 역병을 막는다는 폭죽놀이는 화약 발명 이후 천 년 이상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중국에선 폭죽놀이가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안전상으로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대도시 등을 중심으로 크게 제한을 받아왔다. 실제 베이징(北京) 주민들에겐 폭죽놀이를 하지 말라는 경고성 문자메시지가 주민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그러나 약 3년 만의 ‘제로 코로나’ 철폐와 함께 해방감을 느껴왔던 중국 주민들은 지난해 연말 폭죽놀이를 막는 당국 경찰과 충돌했고, 허난(河南)성 저우커우(周口)시에선 경찰차가 전복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안에서도 지난해 12월 말, 폭죽놀이를 하려던 시민들과 이를 막으려던 경찰인력이 충돌했다. ‘백지시위’ 못지 않은 격렬한 시위 속에 중국 CCTV 등에서는 폭죽 허용을 놓고 방송토론이 진행되기까지 했다. 결국 많은 지역 당국은 올해 폭죽 금지령을 완화했고, 금지령을 유지하고 있는 쪽에서도 단속보단 계도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정부 지침을 잘 따르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 유달리 폭죽놀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특이할 만하다. 시민들은 거대하고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는 것’보다 작은 불꽃이나마 스스로 하늘로 쏘아 올리기를 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폭죽놀이가 행운을 불러오고 액운을 쫓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폭죽놀이가 전제군주 시대에는 노역과 전쟁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창구였고,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사회적으로 억눌리고 있는 현대 중국에서도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은 시민들의 불만을 더욱 증폭시켰고, 폭죽놀이에 대한 대한 갈증을 더욱 키워왔다.

자정이 가까워오자 대로변은 물론 골목 곳곳에서도 큰 폭발음이 들리며 불꽃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주민들은 폭죽이 터지면서 새해를 맞자 “신녠콰이러”(新年快樂·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서로에게 축하를 보냈다. 중국인들의 폭죽놀이는 새해 자정 무렵 절정을 이뤘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됐고, 연휴 기간인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하늘로 날려 보내는 것은 한 줌의 화약이 아니라 지난 3년간 참았던 ‘한’(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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