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이 부른 고유가 수혜… 엑슨모빌, 창사 이래 최대순익

애플·MS·알파벳 뒤이어
코로나 호황 화이자 매출 급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고 일갈한 미 정유업체 엑슨모빌이 실제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고유가와 이에 따른 재고이익, 정제마진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석유 공룡의 기록적인 실적은 바이든 행정부와 정치권의 날카로운 비판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유 업체들이 이익을 낮춰 휘발유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월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지난해 557억 달러(약 68조70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WSJ는 “엑슨모빌이 기록적인 순이익을 기록하며 대형은행, 기술 대기업들 및 백신 제조업체를 앞질렀다”면서 “2022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엑슨모빌보다 높은 이익을 거둔 업체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WSJ는 “엑슨모빌의 지난해 순이익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 에너지 수요 급감에 따른 유가 폭락으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2020년 엑슨모빌은 220억 달러의 순손실을 내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주가는 55% 가까이 하락했고 엑슨모빌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0개 우량기업의 주가를 합산하는 다우지수에서 한 세기 만에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엑슨모빌의 실적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반전됐다.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4월 배럴당 16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7배 넘게 폭등,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며 엑슨모빌에 막대한 수익을 안겼다. 통상 정유업체들은 유가가 상승하면 재고분에 대한 평가이익이 증가하고 정제마진이 커져 이익을 본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등으로 호황을 누렸던 미 제약업체 화이자는 가라앉고 있다. 특히 화이자는 이날 주주들에게 올해 백신과 치료제 등 코로나19 관련 매출 예상액으로 215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지난해 기록한 매출 567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