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영의 시론]우크라 전쟁 1년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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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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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국제부장

우크라이나 전쟁, 24일 1주년
전방위 변화에 각국 정세 급변
한국에도 우크라發 나비효과

경제 악영향 속 안보에도 여파
北核 대응에 동맹은 핵심 요소
유라시아정책 방향 고민할 때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개전 1년을 맞는다. 러시아의 압도적 무력에 따른 속전속결이 예상됐지만,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민의 결사항전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러시아가 대공세를 준비 중이란 관측도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 미국 등 국제 지원도 늘어나고 있어 러시아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6·25전쟁, 베트남전쟁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전쟁이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파급 효과는 이미 어마어마하다.

첫째, 기존의 국제정세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양차 세계대전을 교훈 삼아 유럽연합(EU)을 이뤄냈던 유럽은 지난 1년간 단일대오에서 분열로 나아갔다가 다시 단합을 거쳐 균열까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러시아의 명백한 국제법 위반에도 미국이 직접 참전하지 않아 ‘20세기 경찰국가’가 더 이상 아니라는 사실도 명확해졌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주요 국가인 인도·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도 대러시아 제재에 불참했다.

둘째, 냉전 이후 잠잠했던 무기 경쟁은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군수·병참의 중요성이 새삼 확인된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무기의 ‘블랙홀’이다. 미국은 초기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시작으로 하이마스(HIMARS) 다연장 로켓에 이어 PAC-3 요격미사일과 에이브럼스 탱크까지 보내기로 했다. 독일의 레오파르트-2, 영국의 챌린저-2, 프랑스의 AMX 10-RC까지 주력 탱크들도 지원된다.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가 받은 군사지원 규모는 총 485억 달러(약 59조6000억 원)에 달한다.

셋째, 경제적으로는 공급망 악화와 에너지·식량 위기를 불렀다. 유럽의 대표적 곡창지대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지난해 전 세계는 식량난에 직면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전 세계는 에너지 가격 급등도 경험했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업종 및 국가별 희비가 엇갈리면서 갈등도 깊어졌고,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진영 간 블록화가 빨라지며 기존 질서에서는 분리돼 있던 안보와 경제는 이제 한 몸이 됐다.

넷째, 국제사회는 이번 전쟁으로 핵과 인권이라는 공통의 위협을 더 여실하게 체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유럽 내 우크라이나 난민은 804만 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최악의 난민 위기다. ‘부차 민간인 학살’ 등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도 만연했다.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점령 과정에서의 방사선 누출 우려에다 핵무기 사용 위협까지 더해졌다. 미 핵과학자회의 ‘지구종말 시계’는 3년 전보다 10초 앞당겨져 파멸까지 90초만을 남겨두게 됐다.

각국 국내 정치에도 변동을 불렀다. 독일은 전후 처음으로 무기 수출을 허용했고, 폴란드는 국방비를 나토 권고치의 2배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확대하기로 했다. 체코 대선에선 나토 군사위원장 출신인 페트르 파벨이 당선됐다.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또 당선되겠지만, 러시아는 ‘2등 국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에서도 북한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에 무기를 지원하고,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을 명분 삼아 군비를 증강한다. 미·중 관계도 대만에 우크라이나 변수가 추가됐다.

한국에도 먹구름은 몰려든다. 경제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급감과 SK하이닉스의 적자 전환이 확인된 가운데, 국방 분야에서도 주한미군의 일부 장비가 우크라이나로 이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직접적인 공격 무기 지원에 대한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1월 말 방한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무기 지원을 사실상 요청했다. 지난해 폴란드와 K2전차 180대 등 7조 원 규모의 무기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를 외면하기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슬로건에도 걸맞지 않다. 북한 도발과 핵 위협을 감안하면 지원 필요성은 더 커진다. 지금 유라시아 대륙의 지정학적 변화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나비효과’를 철저히 점검하면서 정책 전환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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