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핵무장과 한일동맹, 금기 깰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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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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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민족 역사상 세계 최고 위상
국내 요인만큼 국제질서 덕분
자유주의 시장과 규범 수혜국

현상 변경 나선 중국과 러시아
대한민국 국익에 실존적 위협
최악 상황 대비한 수단 갖춰야


지금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 강국이다. 과학기술 경쟁력, 한류(韓流)로 대표되는 대중문화 경쟁력, 세계 6위로 평가받는 군사력, 세계 6위 수출 강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민족 역사상 지금이 가장 황금기이고, 가장 인정받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를 매우 보수적으로 약 2000년으로 잡고 지금의 황금기가 1970년대부터 만들어졌다고 계산하면, 전체 역사에서 우리가 세계적인 선진 강국의 지위를 구가한 시기는 0.03%에도 못 미친다. 왜, 어떻게 우리는 오랜 기간 약소국으로 살다가 이제야 예외적인 0.03%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데 그동안 우리 학계가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변수가 있으니 바로 국제질서이다. 시장경제의 도입과 수출 주도 경제성장, 인적자원 개발과 대기업의 지속적인 혁신 능력 등 다양한 국내적 요인을 분석하는 논의는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적 요인과 조응하는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지금의 국제질서가 여전히 식민지 건설의 제국주의 시대 그대로이거나 그전의 강대국 중심 농업·유목 경제 질서라면, 우리는 앞서 말한 국내적 변혁을 꾀하기 훨씬 전에 강대국의 제물이 됐을 것이다. 따라서 약소국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국제질서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제국주의 국제질서가 종식되기 시작하던 1945년 이후에는 패권국가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라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질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시장을 주권국가와 인류가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질서의 안정과 발전을 미국이 주도한 국제규범과 제도, 다자주의, 그리고 미국의 군사동맹으로 담보하고 있다. 이 국제질서에는 거대한 국제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척박한 우리나라도 수출 주도 경제성장을 통해 ‘더 큰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다. 이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시장을 활용해 지금의 구미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대만·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이 눈부신 성장을 이뤘고, 중국 역시 무섭게 성장해 세계 2위의 자리에까지 올라서게 됐다.

그런데 최근 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핵 강대국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시장 질서가 이들의 권위주의 체제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영광스러운 과거의 제국을 회복하려 하는 것도, 중국이 홍콩과 대만·신장위구르 등을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 안으로 확실히 통합하려는 것도 모두 체제 위협적인 주변의 자유주의적 국가를 자신들의 영향력 밑으로 복속시키는 과정이다. 이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현상 변경을 의미하며, 러시아·중국과 이웃하는 자유주의 선진국인 유럽, 그리고 한국·대만·일본에는 실존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민족 역사상 최강 선진국으로 만들어 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는 일은 이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국익이 됐다. 이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 북한뿐만이 아니라 중국·러시아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정치에서 힘을 키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강(自强)하는 방법인데, 자강의 마지막 카드는 핵무장이다. 힘을 키우는 또 다른 방법은 동맹의 구축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한미동맹밖에 없지만, 이보다 더 큰 힘은 한일동맹을 포함해 다수의 자유주의 진영 국가와 다자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핵무장과 한일동맹 등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최전선에서 이 질서를 지키는 책임 있는 선진 강국이라면, 필요한 모든 카드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와 같은 위협에 직면한 민주주의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긴밀한 정보 공유와 군사 협력으로 양국 간의 신뢰는 더욱더 강화될 수 있다. 그리고 한·일 군사동맹은 동아시아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다자동맹 체제를 구축하는 입구가 된다. 주권국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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