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재벌가·연예인 연루 대마사범 집중 수사 결과 발표’에서 신준호 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증거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What
국내에서 상습 대마 20명 입건
유학 중 만난 사업가 통해 거래
래퍼 윤병호는 펜타닐 적발돼
유명인 모방 ‘베르테르’ 우려
해외에서 마약을 한 경험 있는 재벌 3세·전직 고위 정부관계자의 아들·연예인 등 유력층 자제들이 ‘이너서클’을 형성해 국내에서도 상습적으로 대마를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학파 마약 사건’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중들이 사회적으로 유명하거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그릇된 선택까지 따라 하는 ‘베르테르 효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모(40) 씨가 재미교포로부터 공급받은 대마를 유통 및 흡연한 사건을 집중 수사한 결과, 지난달 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해외 도주한 3명을 포함하면 모두 20명이 입건됐다.
홍 씨와 범효성가 3세 조모(39) 씨, JB금융지주사 일가인 임모(38) 씨, 미국 국적의 3인조 그룹 가수 안모(40) 씨 등 9명은 지난해 11~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씨는 지난달 27일 열린 첫 재판에서 대마 매수·흡연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자백한다”고 말했다. 홍 씨 등이 기소된 사실이 알려지자 전직 경찰청장의 아들 김모(45) 씨 등 4명이 검찰에 자수했으며, 추가 수사를 통해 고려제강 창업자 손자 홍모(39) 씨, 중견 건설업체 대창기업 회장의 아들 이모(36) 씨 등 7명의 마약 혐의가 추가로 적발됐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생 출신에 비슷한 연령대로 유학 생활 중 접한 대마를 끊지 못하고 귀국 후에도 당시의 인맥을 통해 대마를 거래하거나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최상선 공급책으로 지목된 재미교포 사업가 이모(38·수감 중) 씨가 국내로 들여온 대마가 재벌가 후손, 전직 고위관료 자녀, 연예계 종사자 등의 이너서클에서 알음알음 유통되는 구조였다.
이 밖에도 힙합 서바이벌 ‘고등래퍼2’로 이름을 알린 래퍼 윤병호가 지난 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대마와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미국과 멕시코 등 외국에서 신종마약 용도로 확산한 아편 계열 약물인 펜타닐을 투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유력자제나 연예인들이 마약 범죄로 기소되는 일이 많아지자 당국은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수사당국의 한 관계자는 “재벌이 하는 걸 따라 하려는 심리가 일부 퍼질 수 있다”며 “범죄는 결코 따라 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스스로 자각해야 하고, 정부 당국 역시 마약이 전혀 유흥의 대상이 아님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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