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러시아 황제에 선물한 장승업 그림… 127년만에 세상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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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8 10:30
업데이트 2023-02-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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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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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4점 중 앞의 두 작품 ‘노자출관도’ ‘취태백도’가 러시아 특별전을 통해 공개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10일부터 특별전

고사인물도 중 2점 실물 공개
아관파천뒤 대관식 맞춰 보내

‘흑칠나전이층농’도 함께 전시
한국서 2년동안 보존처리 도와


지금까지 세상에 드러난 적 없었던 조선 후기 화가 장승업(1843∼1897)의 그림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와 ‘취태백도(醉太白圖)’가 러시아에서 최초 공개된다.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오는 10일부터 4월 19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에서다.

8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조선 고종이 1896년 러시아 니콜라이 2세의 황제 대관식을 축하하며 보낸 ‘외교 선물’ 일부를 127년 만에 러시아 현지에서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무기고박물관은 1508년 러시아 황실의 무기고로 만들어진 시설인데, 1960년 크렘린박물관 소속이 돼 현재 무기나 황실 보석 등을 보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종이 보낸 선물 17점 중 크렘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5점을 선보인다. 장승업이 그린 ‘고사인물도’ 4점 중 2점, ‘흑칠나전이층농’ 1점, ‘백동향로’ 2점 등이다.

알려진 것처럼, 고종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러시아공사관(아관·俄館)으로 거처를 옮기고, 민영환을 전권공사로 하는 사절단을 보냈다. 사절단 일원으로 대관식에 함께 참석했던 윤치호의 일기 등을 통해 선물 목록 일부가 언급된 바는 있지만, 실물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장승업의 그림은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작품이다. 총 4점으로 구성된 그림은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연유된 일화를 표현했다. 세로 길이가 174.3㎝에 달하는데, 장승업의 작품 중에서도 보기 드문 대작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흑칠나전이층농. 크렘린박물관 소장.



이번에 공개되는 ‘노자출관도’는 중국 노장 철학의 창시자인 노자가 주(周)나라가 쇠퇴한 것을 보고 은거했다는 고사를 담았고, ‘취태백도’는 당나라 시인 이백을 소재로 했다. 두 그림에는 ‘吾園張承業(오원 장승업)’이라는 서명 앞에 ‘朝鮮(조선)’이라는 국호를 붙였다. 재단은 “장승업 작품 가운데 처음 확인되는 희귀 사례로,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창작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명 아래에는 ‘대원후인오원장승업지인(大元后人吾園張承業之印)’이라는 인장이 찍혀 있다.

이번에 함께 공개되는 흑칠나전이층농은 상하 2층으로 된 농을 화려하고도 세밀한 나전 기법으로 장식한 작품이다. 19세기 당시 수준 높은 조선 공예와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고종의 명에 따라 당대의 가장 뛰어난 장인이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유물은 재단이 2020∼2021년 약 2년간 보존처리 비용을 직접 지원해 의미가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백동향로.



각각 사각과 원형으로 된 백동향로는 2010년 국내에서 사진으로 공개된 바 있다.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의미를 향로 형태에 담았는데 직선과 유려한 곡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나라 밖 문화재의 보존·복원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고 이를 전시로까지 연결함으로써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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