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스럽다’ 탈피 기로에 선 SM… 숨죽인 K-팝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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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8 10:30
업데이트 2023-02-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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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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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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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지분매입 2대 주주로
이수만측은 오늘 가처분신청
업계선 “체질개선 기회” 반겨


“이수만스러운, SM스러운 음악을 고집하느냐, 아니면 탈피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시가총액 2조 원이 넘는 가요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를 둘러싼 내홍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수만(사진) 전 프로듀서가 K-팝 시장의 초석을 다진 SM의 상징과도 같지만, 그가 20년 넘게 이 회사를 이끌며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지 못해 경쟁사들에 덜미를 잡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총괄 프로듀서 자리에서 물러난 이수만이 SM의 지분 매각을 두고 법적 다툼을 예고하면서 SM이 새해 벽두 K-팝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업계 ‘맏형’ 격인 SM의 체질 개선과 지배 구조 변화가 YG 양현석, JYP 박진영 등 창업주들이 건재한 K-팝 한류 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숨죽이고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SM은 지난 3일 ‘SM 3.0’을 발표하며 ‘포스트 이수만 시대’를 본격화했다. 그가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음반 기획 전권과 고액 자문료 등을 챙겨온 것에 대해 소액 주주이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측이 문제 삼자, 소송 취하 조건으로 그들이 내건 체질 개선 요구를 SM이 받아들이며 이수만이 음반 프로듀싱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7일 카카오가 SM이 발행한 123만 주 규모 신주와 전환사채 114만 주를 인수해 전체 지분의 9.05%를 확보한 2대 주주로 올라선다고 발표한 직후 이수만의 태도는 급변했다.

이수만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는 7일 문화일보에 “SM 이사회 측에서 위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위법한 결의가 맞다”면서 “8일 바로 가처분 금지 신청 후, 이사들에 대한 법적 조치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이수만이 총괄 프로듀서 퇴진 후에도 SM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방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이수만은 SM 지분 18.45%를 가진 1대 주주다. 하지만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 주요 주주들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에 찬성하는 등 이수만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

여기에 카카오가 확보한 지분 9.05%를 더하면 이들의 지분 총합은 23.13%로 이수만의 지분을 크게 웃돈다. 이 경우 SM에 대한 이수만의 지배력이 크게 하락하고,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도 별다른 힘을 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막는 차원에서 이수만이 지분 변화에 대해 법적 대응 입장을 내건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SM 내부 반응은 이런 지분 싸움보다는 음악 콘텐츠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밝은 분위기의 장조 흐름이 갑자기 의미심장한 단조로 바뀌는 것을 비롯해 SM 소속 K-팝 그룹의 음악이 가진 일련의 패턴은 H.O.T. 이후 현재 NCT, 에스파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고집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방향성을 결정하는 꼭짓점 역할을 하던 이수만 프로듀서의 음악 스타일은 ‘SM스럽다’로 표현된다.

이를 탈피하지 못하면 SM이 다시금 K-팝 시장 리딩 그룹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SM 직원들이, 제작센터와 레이블을 분산하는 ‘멀티 체제’를 골자로 한‘SM 3.0’과 체질 개선을 반기는 이유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SM 게시판에는 “4세대 (아이돌) 시대에 들어서면서 노래·콘셉트·마케팅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직원은 “시총과 영업이익도 하이브의 절반도 안 되는 3등 회사가 됐는데 어지간한 체질 개선으로는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이번 변화를 지지했다. SM의 창업주로서 이수만의 위상은 여전히 대단하지만, 업계 및 SM 내부 분위기는 그다지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셈이다.

안진용·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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