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中 정찰풍선 사건 본질은 美 주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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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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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최근의 중국 정찰 풍선 사건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쟁 관계가 상당 기간 완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수준의 도발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영토주권을 침범했고 영공을 침입했다. 이로써 중국이 최근 부쩍 강조하는 주권원칙, 국제법과 규범에 대한 존중 주장이 자가당착임이 명백해졌다. 오히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중국을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하며 경계를 촉구한 것이 올바른 요구임이 입증됐다. 중국의 도발 행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북한이 미사일과 드론 및 풍선으로 우리의 영해와 영공 침입한 것과 견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민은 이번 사건으로 경악했다. 20세기 이후 외국이 미국 영공에서 벌인 3번째 도발이기 때문이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공격과 2001년 9·11 테러는 향후 미·중 관계의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 영공과 영토주권을 침범한 중국의 행위를 쉽게 용서할 리 만무해 보인다. 미국이 더 격노한 이유는, 중국의 비논리적·비상식적인 해명과 적반하장 식의 대미 일방적 비판이다. 초기에 중국은 사태를 파악 중이니 신중할 것을 미국에 주문했다. 이는 잠자코 있으라는 모욕적인 언사였다. 마침내 지난 4일 미국이 풍선을 격추하자 중국은 국제관례를 위반한 행위이며 과잉대응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민수용 기상관측 비행선의 격추 자체를 미국의 과잉대응으로 정의한 것이다. 중국의 해명은 어불성설이고 이유는 간단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민간업체의 비행체가 타국의 영공을 침입하면 정부 당국에 보고돼야 한다. 불필요한 오해와 외교적·군사적 갈등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중국이 주권을 존중하고 규범을 준수하는 나라라면 미국에 이 상황을 전했어야 했다. 미국에 ‘핫라인’을 가동하지 않은 사실만으로도 중국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었다.

이번 사건에서 중국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 주권원칙, 국제법과 규범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우리 영해·영공 침입을 일삼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방공식별구역을 국제법이 아닌 규범으로 치부하므로 자국의 도발 행위도 정당화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올 1월에도 침입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동해상에 미사일과 포탄을 난발하고, 12월에는 드론 5대로 서울 상공을 휘저었다. 지난 5일에도 2018년에 발효한 군사분계선(MDL) 상공 비행금지구역에 풍선을 띄웠다. 우리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함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9·19 남북 군사합의 중 ‘기구’ 비행금지 조항의 명백한 위반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대북정책의 맹목성을 보여준다.

중국 풍선 사건은 북·중·러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일깨워준다. 여기에서 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강경 전략을 펼치는 배경을 잘 알아야 한다. 중국의 행태 교정을 위해 우회적으로 제재하기 위함이다.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군사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부속 조치 등을 주요 제재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주권 원칙, 국제법과 규범을 존중하는 국가로서 우리의 참여가 마땅히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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