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법 거스르고 사법 혼란 부를 베트남전 배상 1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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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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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베트남전 당시 파병된 한국군이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인정, 첫 국가배상 판결을 내렸다. 국제법상 전쟁 중 일어난 피해는 국가 간의 조약이나 협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인데, 상대국 법원에서 배상이 인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국제법은 물론 국내법과도 배치되는 부분이 많고,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경우 큰 사법 혼란도 우려된다.

서울중앙지법(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은 1968년 2월 베트남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는 사건과 관련, 당시 8세였던 응우옌 티탄(63) 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한민국은 3000만100원,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을 공식 인정하지 않는 정부는 한국군으로 위장한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베트콩)이 벌인 일이거나, 한국군이 연루됐다고 해도 게릴라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베트콩이 한국군 군복으로 위장하는 전술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또, 정부와 베트남이 1965년 맺은 군사실무약정에 민간인 피해 배상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국가배상법 역시 상대국에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효력이 있고, 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가 일부 증언만을 토대로 원고 손을 들어준 것은 법과 원칙보다 ‘소신’이 앞선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배소도 대법원의 ‘국가 면제’ 판례에 따라 각하됐고, 국제사법재판소(ICJ)도 유럽 사례에서 같은 결정을 내렸다. 베트남 정부도 사과나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 만큼 상급심에서 바로잡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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