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의 전도사와 함께… ‘다윈’은 여전히 진화중[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2-10 09:24
  • 업데이트 2023-02-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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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 유전학자 스티븐 존스와 이야기 나누고 있는 최재천(위 사진 오른쪽) 교수. 사이언스북스 제공



■ 다윈의 사도들
최재천 지음│사이언스북스

생물학자 그랜트 부부부터
‘이중 나선형 DNA’ 왓슨까지
최재천이 만난 다윈 신봉자들
14년간 인터뷰·정리 뒤 출간

“다윈을 BTS에 비유한다면
이들은 창조적 팬덤 ‘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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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출간 이후 1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윈주의를 여전한 현재형으로 만들고 있는 현대의 다윈주자 12명을 한자리에 모은 인터뷰집. 다윈사상과 현대 생명과학의 통찰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대중적’으로 소개해온, ‘통섭’의 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였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저자는 이들을 ‘다윈의 사도’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책의 에필로그의 한 구절에서 알 수 있다. “2022년 가을 카오스 강연 ‘진화’에서 나는 다윈 사도 행전(Acts of a Darwin’s Apostle)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살면서 내가 해온 제법 많은 일들을 돌이켜 보니 다윈의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수행한 행전(行傳)이었다.” 자신도, 그가 만난 학자들 모두 다윈의 사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도들의 면면이 말할 수 없이 화려하다. 여정의 시작은 동물학자 피터 그랜트와 진화생물학자 로즈메리 그랜트다. 이들은 다윈주의 기원지인 갈라파고스제도에서 50년 가까이 다윈 핀치(되새류)를 연구해 자연 선택과 적자생존을 통한 종과 생물 다양성 확대라는 현상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학자 부부다. 최 교수의 생각으론 다윈이 살아 돌아온다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 할 이들이다. 이어 다윈 진화론의 한 기둥인 성 선택 개념의 역사를 해명한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헬레나 크로닌, 진화 심리학의 최전선에서 인간의 인지와 언어를 연구해온 스티븐 핑커, 유전학 관점에서 다윈주의를 통찰한 리처드 도킨스, 의식·종교·자유의지·문화 진화 등 인문학적 문제들을 다윈주의의 바탕에서 재구축해 온 생물철학자 대니얼 데닛, 사이비 과학에 맞서 회의주의 운동을 주도해온 마이클 셔머, DNA의 이중 나선형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까지. 이들을 한 책 안에서 만날 수 있다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저자가 이들을 만난 건, 2009년. 다윈 탄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맞물린 해였다. 하지만 방대한 녹취록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추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말의 진의를 확인하고 가다듬는 데 시간이 또 필요했다. “2009년 세계 여러 곳에서 열두 동료 사도들을 만나 그들의 행전을 되짚어 보며 깨닫고 배운” 것이 이제야 책으로 나온 이유다. 저자는 이 다윈학자들을 ‘아미’에 비유했다. 방탄소년단(BTS)의 팬덤은 이들의 노래를 듣고, 부르고, 그들만의 콘텐츠를 만든 아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듯 다위니즘은 한 세기 반에 걸친 혹독한 담금질과 막강한 학문적 ‘팬덤’이 있었기에 우리의 거의 모든 학문과 사회 활동에 깊숙이 스며들어, 현대인의 필수 교양이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책은 비전문가가 묻고 전문가가 답하는 인터뷰가 아닌, 사도와 사도의 깊은 담론집이다. 그만큼 교양적 소개를 넘어 학문적 깊이, 팽팽한 긴장감, 엄밀함으로 밀도가 높다.

“현대의 다윈 전도사들 덕분에 다윈의 진화론은 지금도 진화 중”이라는 필자는 모든 학자에게 마지막으로 “왜 다윈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 답들은 다위니즘에 대한 학자들의 자신만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제임스 왓슨. 사이언스북스 제공



“다윈의 진화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줍니다. 모든 생물에게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해 주는 이론이 있는 것은 그런 이론이 없었을 때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죠.”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다윈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인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공한 사람입니다.” (리처드 도킨스)

“다윈의 이론은 설계와 목적과 목적론이 그 자체로는 설계자도 목적도 없는 과정으로부터 파생했다는 걸 설명합니다. 이 점에서 다윈의 이론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하나로 엮어줍니다.” (스티븐 핑커)

“다윈의 진화론은 지금까지 없었던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주는 단 하나의 과학적 아이디어. 다윈은 탄소 원자와 포도당 분자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람입니다.” (대니얼 데닛) 2만2000원. 476쪽.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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