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공기 유해물질 ‘방향족 탄화수소’만 콕 잡아내는 전자 코[Science]

  • 문화일보
  • 입력 2023-02-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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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권호영 기자



■ Science - 고려대 첨단소재부품개발연구소 정성용 교수팀 개발

고성능 센서, 민감도 44배 높아
여러 가스가 혼재된 상황에서도
벤젠· 톨루엔 등 선별 탐지 가능

차세대 인공후각 설계개발 도움
식품 신선도 관리 등에도 응용


최근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아니 때로는 더 뛰어나게 글을 쓸 수 있는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돌풍이 거세다. 엄청난 양의 언어 데이터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다. 글뿐 아니라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인공지능(AI) 모델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코로 냄새를 맡는 후각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기계 코’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체의 코 후각 센서가 냄새 분자와 결합해 뇌로 전기 신호를 보내는 경로를 모방한 인조 후각인 셈이다. 국내 연구진이 실내공기 오염물질인 방향족(芳香族) 탄화수소만 골라잡아내는 유해가스 인식 전자 코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른 방해가스에 구애받지 않고 44배 높은 민감도로 벤젠, 톨루엔 등의 악취를 탐지해낼 수 있어 차세대 인공후각 설계와 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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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첨단소재부품개발연구소 정성용 연구교수 연구팀은 새집증후군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페인트, 시너 등 유해가스를 인식하는 고성능 가스 센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월 25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근 인체 건강,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화학 산업도 첨단화됨에 따라 실내외 환경 가스를 보다 정밀하게 검출할 수 있는 고기능 가스 센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방향족 탄화수소(벤젠·톨루엔·에틸벤젠·자일렌·스티렌)는 인체에 노출되면 백혈병, 안질환, 편두통, 호흡기·신경계 계통의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로 알려져 있다. 방향족 탄화수소는 가구, 용매, 페인트 등 다양한 장소와 제품에서 방출되고 있어 농도를 정확하게 검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실내에 ppm(100만분율) 수준의 매우 낮은 저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의 방향족 탄화수소도 잡아낼 수 있는 고감도 센서가 요구된다. 그런데 실내 공기에는 방향족 탄화수소 외에도 여러 방해가스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을 위해 방향족 탄화수소에 대한 선택성을 높이는 작업이 관건이다.

이에 연구진은 산화물 반도체형 가스 센서 감응막(膜)에 나노미터(㎚·10억분의 1m) 두께의 산화세륨(CeO2) 촉매층을 코팅해 이중층 구조로 만들었다. 산화물 반도체형 가스 센서(Oxide semiconductor gas sensors)란 산화물 기반의 반도체(SnO2, ZnO, In2O3, Co3O4 등)가 환원성 및 산화성 가스와 반응하는 성질을 이용해 저항의 변화를 나타내는 소자를 말한다. 이중층 구조로 반도체형 가스 센서를 만들자 낮은 반응성의 방향족 탄화수소는 산화되지 않고 감응막 안쪽으로 투과되지만 고반응성 방해가스는 이산화탄소(CO2)와 수증기(H2O)로 산화 제거됨으로써 방향족 탄화수소만을 높은 선택도로 고감도 검출할 수 있었다. 개발된 센서는 실내에 존재하는 다른 방해가스 대비 44배 수준의 높은 선택성을 나타낸다. 여러 가스가 혼재된 상황에서도 주변 환경에 방해받지 않고 실내 공기질의 변화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다.

특히, 방향족 탄화수소를 제외한 높은 반응성의 방해가스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산화세륨막 코팅은 다양한 감응물질(산화주석, 촉매가 첨가된 산화주석, 산화인듐, 촉매가 첨가된 산화인듐, 산화텅스텐, 산화아연)의 센서에도 적용 가능해 인공 후각의 정확성을 근본적으로 향상하는 범용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또 산화세륨 촉매층이 코팅된 이중층 구조는 방향족 탄화수소의 개별 가스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방해가스에는 낮은 감도를 나타내도록 가스 감응 특성에 맞춘 설계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중층 센서로 센서 배열(array)을 만들면 각각의 방향족 탄화수소에 대해서도 정성적 및 정량적 인식과 분별이 가능하다.

정 교수는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현대인에게 실내 공기질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연구는 새집증후군 원인 물질인 방향족 탄화수소만 고감도로 탐지하는 동시에 방해가스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센서 설계 기술을 고안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새 설계 기술은 다양한 센서에 널리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공기질 모니터링, 모바일 헬스케어, 식품 신선도 관리 등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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