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의 시론]尹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승부 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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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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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사회부장

尹 집권 2년 차 국정 드라이브
파업 원칙 대응 국정운영 자신
개혁 회피 조짐 곳곳서 나타나

기득권에 부채 없어 개혁 ‘숙명’
국민 동참 희망 제시 해야 성공
‘국가 패러다임 변화’ 레거시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근로 시간과 임금체계 유연성을 강화하는 노동개혁,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는 교육개혁, 지속 가능성을 위한 연금개혁 등 3대 개혁을 제시했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무사안일한 관료주의를 혁파하는 정부개혁까지 내놓았다.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에선 소명 의식까지 느껴진다. 지난 연말 화물연대 파업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 이후 국정 운영 리더십을 회복하면서 집권 초기 대통령의 특징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노동·연금·교육·정부 등 ‘3+1’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 과제가 됐고, 국민적 공감대도 폭넓게 형성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달까지 노동개혁 입법안을 만들어 오는 8월까지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고, 윤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에 개혁안을 완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개혁에는 넘어야 할 수많은 벽과 저항들이 존재한다. 권력화한 이해관계자들의 반개혁 기득권을 깨야 하고, 내가 안 해도 누군가가 대신할 것이라는 개혁 피로감을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혁 추진 과정에 수반하는 세대·계층·직역·지역 간 갈등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러나 벌써부터 개혁 기피 및 조직적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가 보험료율 인상(9%→15%),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국민연금에서 받는 돈의 비율) 조정 등 모수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국회 특위는 난데없이 국민연금을 기초·퇴직·직역 연금과 연계하는 구조 개혁안을 내놓았다. 구조 개혁은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덜 받거나 더 받는 모수 개혁보다 힘들고 어렵다. 국회가 그간 논의조차 없었던 구조 개혁 카드를 꺼낸 것은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민간자문위가 보험료율 인상을 합의하고도 소득대체율 40%와 50%를 놓고 재정 안정파와 소득보장 강화파로 갈려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도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5년마다 실시하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이용해 양측이 개혁안을 마련하기보다 연금 적자와 고갈 위험성만 강조해 서로의 입지를 강화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노동개혁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연대해 반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개혁은 ‘표 떨어지는’ 일이고, 정권의 명운을 건 도박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는 2003년 연금 수령 나이 늦추고(65→67세) 소득대체율을 낮추는(70→40%) 개혁안을 밀어붙였다가 선거에서 패배했다.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해 연금 수령 시작 시점을 늦추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정 운영 지지율이 30%대에 불과한 윤 대통령에겐 피하고 싶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노조, 기업 등 기득권 세력에 부채가 없는 윤 대통령에게 개혁은 숙명이다. 윤 대통령은 당위론을 앞세우고,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개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은 수단이고, 개혁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당위론과 원칙 이상이 필요하다. 개혁 동참이 통합의 과정이고, 새로운 나라를 만든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3+1’ 개혁 성공을 위해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개혁 대 반개혁’ 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면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도 승산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다. 선거는 첫째 구도, 둘째 당, 셋째 후보 순으로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압축 성장을 한 우리는 그 과정이 짧았던 만큼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위기 때마다 위대한 리더가 있었다.

이승만은 공산화를 막아 자유민주주의 건국의 토대를 마련했고, 박정희는 ‘우리도 잘살아 보세’라는 목표로 산업화에 성공했다. 김대중은 정보화 혁명으로 디지털 시대를 개막했다. 윤 대통령도 개혁에 성공한다면 역사에 남을 레거시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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