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등 35개국 “러·벨라루스, 올림픽 출전 반대”

IOC 중립자격 방침에 반기
“우크라전 끝내면 허용해야”

서방 35개국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2024 파리올림픽 출전 금지를 촉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러시아·벨라루스 선수의 중립자격 출전 허용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21일 오전(한국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한국을 포함한 35개국 스포츠 관련 부처 장관들은 성명에서 “(IOC가 주장하는) 중립자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 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경쟁 참여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스포츠의 자율성을 인정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로 인한 파괴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다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IOC의 방침에 의문과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의 파리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라는 압박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해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정상들과 회담한 뒤 이 성명이 만들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의 정상들과 만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참상을 설명하고 무기 등의 지원과 러시아·벨라루스 선수의 파리올림픽 출전 금지를 호소했다. 미국은 당초 중립자격이란 조건을 충족하면 IOC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입장을 바꿨다. 파리올림픽 개최국 프랑스는 유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러시아·벨라루스 선수 출전 금지에 동참했다.

35개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가 중립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선수들이 자국의 자금 지원 등을 받을 때 특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35개국은 또 “러시아 선수들과 러시아 군대 간 강력한 연계와 협력도 우려된다”면서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자국 선수들을 국제스포츠에 복귀시키려면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시작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IOC는 지난달 “국적을 이유로 출전을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 “올림픽은 물론 예선에 중립자격으로만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고, 중립자격 출전에 대한 반발이 일자 IOC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35개국은 “IOC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IOC가 (중립자격 출전 허용) 방침을 재고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호 선임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