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의 시론]이재명과 민주당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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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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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체포동의 부결 위해 개별 설득
대선 패배 후부터 대비 총력전
당장 구속 모면해도 신뢰 잃어

김대중 노무현과 다른 李의 길
민주당이 특권·불법 적통 위기
李는 법정으로 黨은 제 길 가야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다. 169명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기 때문에 반란표가 최소 28표 이상 나오지 않으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은 무난하다. 이렇게 되면 7월만 별도의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다른 달은 자동으로 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이 대표가 구속될 일은 없어 보인다. 이 대표가 하루 종일 비명계 의원들을 1 대 1로 만나 설득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상민 의원 등 일부 의원이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대표 귀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대선 패배 이후 안팎의 비난을 무릅쓰고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2개월 만에 당 대표 선거, 당헌 개정(기소 시 자동으로 당직을 상실하는 8조 개정) 등을 강행한 이유가 바로 지금의 상황을 예상한 계산된 행보였다. 이 대표에게 민주당이 어느 길로 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형사처벌로부터 막아주고 다음 대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팬덤인 ‘개딸’에 당사 1층도 내어주었다. 결국, ‘이재명의 길’은 불체포특권을 거부하고 직접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갔던 ‘권성동의 길’과는 전혀 다르다. 국민의힘 권 의원은 영장이 기각되고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지금은 여권의 핵심 실세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대표 정치 멘토 역할을 하는 이해찬 전 대표는 최근 당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강하게 주문했다고 한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 이 대표가 대표직을 상실하면 민주당은 차기 당권을 둘러싼 내분에 휩싸여 사분오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년 총선에서 지금보다 의석수는 적지만 최소한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질서 있는 퇴각을 하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개딸’과 같은 지지세력과 뭉쳐야 한다는 것이 선거전략을 많이 짜본 이 전 대표의 구상인 것이다. 실제 최근 민주당 내에 부결 목소리가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이 대표의 법적인 생명은 다소 연장할 수 있겠지만 ‘정치인 이재명’의 생명은 연장하기 어렵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와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지지자들이 자신을 부를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런 인고(忍苦)의 시간이 축적돼 다시 대선에 도전할 에너지를 모았던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종로 국회의원이라는 보장된 미래를 뿌리치고 부산으로 내려가 지역감정 타파에 온몸을 던졌다. 낙선했지만 ‘바보 노무현’이라는 자산을 얻었고,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른 길을 택했다. 축적의 시간은커녕 낙선의 아픔 속에서도 주식 투자를 하고, 몇 달도 못 참고 선거에 다시 나섰다. 만약 이 대표가 ‘권성동의 길’을 갔더라면 극적인 회생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제 자신의 방탄에 모든 정치적 자산을 다 써버렸다. 정치인에게 생명인 말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불과 1년도 안 돼 자신이 한 말을 다 뒤집고 있다.

이 대표 개인은 그렇다 해도 민주당은 더 나락의 길로 가고 있다. 1955년 조병옥, 신익희 선생의 민주당을 뿌리로 두고 있으며 ‘민주화의 적통’을 자부해 왔지만 이젠 ‘특권과 불법의 적통’을 내세워야 할지 모른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 없어도 민주당은 말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별 호응이 없고, 당 홈페이지엔 김 전 최고위원의 제명 찬성만 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민주당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왔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면서 이젠 낯선 정당이 돼 버렸다. ‘조국의 강’보다 ‘이재명의 강’이 훨씬 깊고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공개되면서 지지율도 최저치다.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길’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방향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찻잔 속 바람이다. 공천이나 개딸이 무서워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이재명과 헤어질 결심’이다. ‘이재명의 길’은 서초동 법원으로 향하고, 민주당은 올바른 야당의 길로 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통해 특권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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