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잣대로 휘두르는 정의감은 과연 정의일까[북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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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24 09:02
업데이트 2023-02-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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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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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팀장의 북레터

‘앵거 매니지먼트(Anger management) 협회’라는 단체를 들어보셨나요. 미국에서 처음 설립된 협회는 이름 그대로 ‘분노’를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이 상담과 교육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돕겠다는 목표와 함께 말입니다. ‘정의감 중독 사회’(또다른우주)의 저자인 안도 슌스케는 미국 협회에서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뒤 일본에 일종의 지사를 만들어 세미나와 코칭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목과 저자 이력에서 짐작하듯 책은 화(火)의 근원으로 ‘정의감 중독’을 지목합니다. 물론 정의는 세상의 올바른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 요건입니다. 부조리와 부당함에서 비롯된 ‘공적 분노’는 세상을 바꾸는 주춧돌이고요. 하지만 저자는 나만 옳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주관적 잣대’로 정의감을 ‘휘두르는’ 경향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자신의 기준에 어긋나는 가치관은 정의가 아니라고 낙인찍는 태도 탓에 극단적 갈등과 분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세습 중산층 사회’로 유명한 조귀동 작가의 추천사처럼 “인스턴트식품같이 손쉽게 ‘올바름’을 소비하는 세태에 거리를 두고 우리의 행동을 되돌아볼 것”을 주문하는 책입니다. 저자의 진단은 이번 주 북리뷰 지면에서 소개한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스토리텔링의 그늘에 주목한 조너선 갓셜 역시 같은 사안을 둘러싼 서로 다른 신념이 “우리와 그들을 더 극단적인 버전의 우리와 그들로 만든다”고 경고했으니까요.

갓셜의 책이 여러 분야의 실태를 종합한 디테일에 강점이 있다면, 슌스케는 ‘정의감을 내려놓는 연습’이라는 실용적 지침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그가 우선 건네는 조언은 ‘지금 솟아나는 정의감이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과 주변인에게 건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입니다. 긴 안목으로 봤을 때 큰 실익이나 유익함이 없다면 그릇된 정의감에서 비롯된 ‘사적 분노’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슌스케는 또 ‘관여할 일과 관여하지 않아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라고 말합니다. 이는 바로잡을 힘이 없다면 괜한 분노를 키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찾아보라는 가르침입니다. 어쩌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은 각자 자리를 충실히 지키되 명분과 목적이 확실한 정의감만 끌어안는 태도에서 시작되는지 모릅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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