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내 콘셉트는 신비주의”… ‘부캐’에 빠진 새학기 교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스쿨존 단속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가초 앞 횡단보도에서 경찰관이 ‘새 학기 등교 스쿨 존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예인·드라마 캐릭터 따라
내 외모·성격 바꾸는 문화

“교육에 혼란 초래 가능성도”

“이번 새 학기 콘셉트는 ‘신비주의’예요. 말도 거의 안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지 않으려고요.”

경기 성남시에 사는 A(16) 군은 새 학교로 전학 가며 자신의 ‘새 학기 콘셉트’를 이렇게 정했다. 그는 “지난해에 너무 시끄럽게 학교를 다녔더니 친구들한테 신뢰감이 없는 이미지가 된 것 같다”며 “콘셉트 유지에 성공해서 진지하게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안유나(11) 양은 “4학년 때 선생님이랑 친구들한테 칠칠맞지 못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번 학기 콘셉트는 ‘계획형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다나카’ ‘서준 엄마’ 등 연예인의 또 다른 자아인 ‘부캐’ 열풍이 이어지며, 학생들 사이 ‘새 학기 콘셉트’를 정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콘셉트 문화가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잦아지자 이 문화가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 신학기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생들은 연예인이나 드라마 속 캐릭터를 정해 그들의 말투와 행동, 패션 등을 따라 하며 콘셉트를 정하고 있다. 실제 고등학교 1학년인 김진아(17) 양은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마 ‘치얼업’에서 명문대 새내기 ‘도해이’ 콘셉트를 잡아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공부도 잘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는 에너지 넘치고 밝은 콘셉트를 하고 싶다”며 “캐릭터에 맞게 앞머리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 학생은 인터넷에 “내 MBTI가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인데, 이번 학기에는 소극적으로 보이고 싶다”며 “ISFP(호기심 많은 예술가) 콘셉트로 학교생활을 할 것”이라고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미디어상 ‘부캐’의 인기가 오프라인으로 표출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 교수는 “다른 자아로 살아보고 싶어 하는 ‘멀티퍼스널리티’ 욕구가 이전에는 연예인의 ‘부캐’를 소비하는 것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10대들이 본인이 직접 그 욕구를 실행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 교사 B 씨는 “콘셉트를 어색하게 연기하면 다른 아이들이 놀리기도 하고,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